북한에서 잉태된 아기가 남한에서 태어났다. 23일 하오 서울 영등포구 신길1동 성애병원 신관 특실병동 768호. 지난해 12월 북한을 탈출, 귀순한 김경호(62)씨의 넷째딸 명순(29)씨는 전날 낳은 옥동자를 품에 안고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버지 김씨와 어머니 최현실(58)씨 부부, 남편 김일범(29)씨도 함께 기뻐했다.명순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자연분만하지 못하고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 아기는 정상체중 3.2㎏에 약간 못 미치는 3.0㎏.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등이 사선을 넘을 때도 꿋꿋이 생명력을 키웠던 것처럼 첫 울음소리가 우렁찼다고 병원관계자는 전했다.
김씨 가족은 이름을 짓진 못했지만 항렬에 따라 「철」자를 붙여 일단 「철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홉번째 손자를 본 최씨는 『명순이가 95년 12월 유산한 적이 있는데 북한에 있었다면 또 유산했을 것』이라며 『북한식으로 계란미역국을 끓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은령(42·여) 소아과장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이 좋아 1주일쯤 뒤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49년 평양의대를 1회로 졸업하고 51년 1·4후퇴 때 월남한 성애병원 김윤광(76) 이사장은 출산을 축하하는 뜻에서 수술비 등 병원비를 일절 받지 않기로 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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