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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시위는 여인싸움 대리전/정적의 아내끼리 원수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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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시위는 여인싸움 대리전/정적의 아내끼리 원수집안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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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셰비치 부인 마르코비치·드라스코비치 부인 다비차세르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두달이 넘도록 장기화하고 있는 이유는 서로 대립하고 있는 세력의 정점에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두 여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져 세계인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방의회선거의 야당 승리를 무효화해 시위를 촉발시킨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부인 미리아나 마르코비치와 야당연합 「자예드노(다함께)」를 이끌며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부크 드라스코비치의 부인 다비차 드라스코비치가 바로 그들.

두 여성은 각자 남편에게 조언을 하거나 함께 행동하면서 자신들의 신념을 실천해가고 있다. 또한 이들 사이에는 가족의 원한까지 자리잡고 있어 갈등의 골이 메워질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마르코비치의 아버지가 이끈 공산게릴라에 의해 다비차의 아버지가 처형됐기 때문이다.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유일하게 조언을 듣는 사람이 바로 마르코비치다. 실제 반정부 시위자들은 지방선거에서의 야당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혼란을 야기시킨 장본인은 밀로셰비치가 아니라 마르코비치라고 믿고 있다. 95년 집권 사회당과의 연정에 참여한 유고슬라비아 좌파동맹을 이끌고 있는 그는 각종 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차대전 당시 나치에 저항한 공산게릴라 지도자 출신의 아버지를 둔 그는 아버지만큼이나 골수 공산주의자. 밀로셰비치가 87년 공산당을 장악한 뒤 90년 대통령에 오른 것도 이러한 마르코비치의 배경이 작용했다. 붉은 마녀로 불리며 대중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한다.

늘 밝은 미소를 띠고 연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다비차의 얼굴에는 연약한 인상에서 볼 수 없는 강인함이 배어있다. 그의 존재가 세르비아인들에게 각인된 것은 드라스코비치가 91년 밀로셰비치의 언론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끌때 남편의 굳건한 동지로서 시위대 선두에 참가하면서부터다.

93년에는 밀로셰비치의 보스니아정책을 비난하는 데모에 참가했다가 베오그라드에서 남편과 함께 체포돼 갖은 고문을 당했다. 투옥된 후 1개월에 걸친 옥중단식투쟁을 벌여 밀로셰비치의 사면을 얻어내기도 했다. 다비차는 이제 다시 차가운 날씨 속에 계속되고 있는 시위대열 속에서 밀로셰비치가 항복하는 순간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세르비아사태의 결말에 따라 바뀔 두 여성의 운명이 벌써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배국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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