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해외 직접투자는 경쟁력 창출 수단이다/조동성(특별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해외 직접투자는 경쟁력 창출 수단이다/조동성(특별기고)

입력
1997.01.24 00:00
0 0

최근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뉴욕타임스 기자로부터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한 그 기자는 다짜고짜 『대우그룹이 폴란드 최대의 국영자동차 회사인 FOS를 인수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왔다.필자는 그 질문에 저의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 기자는 『대우가 과연 FOS를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듣고 싶었지만 그 이전에 유도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그 동안 국제경영학분야에서 전통적으로 인정해 온 해외투자이론에 의하면 자금, 기술, 상표, 규모의 경제와 같이 회사 내부에 존재하는 독점적 우위를 가진 기업만이 이러한 우위를 갖추지 못한 현지기업이나 제3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우가 FOS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폴란드 현지기업은 물론, 이 곳에 진출한 GM이나 피아트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도대체 대우가 가진 능력이 무엇이냐는 다소 회의적인 견해가 그의 질문 속에 숨어 있는 요체였던 것이다.

사실 대우는 미국, 서유럽의 대형 자동차 회사에 비하여 자금력도 부족하고 기술수준도 떨어져 있으며, 상표력도 변변치 못하고 규모면에서도 현저히 열세에 놓여 있다. 그러니 독점적 능력을 갖춘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만을 보아 온 서양 기자의 눈에는 대우의 대형 해외투자가 좋게 보아 불안하고, 나쁘게 보면 뱁새가 황새 쫓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대우의 FOS인수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보는 바와 같이 과연 무모하기 짝이 없는 불장난인가. 필자는 그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해주었다.

『선진국 이론에 의하면 기업은 자기가 갖고 있는 독특한 능력을 기반으로 해서 해외로 나아가고 현지시장에서의 우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 기업들은 능력면에서 구미 기업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투자는 아예 포기하고 국내시장에 매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대우의 경영자들은 견해를 달리 합니다. 물론 아직 선진국이 되지 못한 한국에 기반을 둔 대우는 선진국 다국적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한 능력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대우는 바로 해외투자를 통해서 어떤 선진국 기업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능력을 창출하려고 합니다. 대우는 폴란드를 필두로 루마니아 인도 중국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에 조립공장과 부품공장을 동시다발적으로 갖춤으로써 지구상에서 부품조달 네트워크가 가장 다양한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은 독점적 능력을 기반으로 해서 해외투자를 감행하는데 반해서, 대우는 해외투자를 통해서 독점적인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 바로 한국형 해외투자모델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위의 인터뷰 답변에서 보듯이 해외투자는 한국기업이 추구하는 목적, 또는 결과가 아니라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해외 투자의 적정성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해외투자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민간기업이다.

해외직접투자가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촉진하니까 정부가 이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만일 이 주장이 받아 들여져 정부가 각 기업의 해외투자에 대해 간섭을 하기 시작한다면 한국기업은 선진국 기업 수준으로 경쟁력을 길러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상실할 것이다.<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