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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나에게 이 음반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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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나에게 이 음반은:4)

입력
1997.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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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준 훌륭한 철학선생님내가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음악을 접한 것은 83년, 그러니까 재수를 하고 있던 시기였다. 남들보다 팝을 늦게 듣기 시작했던 나로서는 거의 하루종일 팝에 빠져 지냈다.

처음에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앨범을 구입할 때만 해도 그 음악이 내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그저 어딘가 좀 프로그레시브하면서도 대중적인 요소가 있는 팀이라는 느낌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무척 힘든 시기에 있던 나를 훌륭하게 지켜주었고 커다란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다. 지금까지도 난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음악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얘기하곤 한다. 실제로 난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산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했던 것이다.

먼저 「Time」이라는 노래. 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강가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수많은 물방울들이 모여 만들어진 강. 하지만 조그마한 미동도 없이 정지해버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요한 강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내가 과연 이렇게 아웅다웅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실제로 강가에 나와 앉아 있다면 그런 느낌을 못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Time」은 현실의 어느 강에서도 볼 수 없는 너무나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강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고 인생을 생각하게끔 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음악 「Old & Wise」.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바로 현명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육이나 책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고 타인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음악은 이렇게 얘기한다. 「인생에는 반드시 그 나이가 되어야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고…」

아무리 알고 싶어 애써 노력해도 직접 그 나이가 되어서 겪어보지 않고 서는 사물과 세계가 갖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다는 것. 여기에 또 인생의 오묘함이 있는 것 같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는 「Old & Wise」에서 그 사실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내게 있어선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철학선생님이었고 윤리선생님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내 가슴 속에 또 어떤 음악이 이 음반처럼 강하게 각인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마 감수성도 예민하고 쓸데 없는 생각도 많던 시기에 접했던 음악이라 더욱 그랬을런지도….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가 내게 그러했듯이 그렇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악과 뮤지션들이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그럴 수 있으면 더 좋을테고. 오랜만에 다시 그들의 고마운 음악들을 들어봐야겠다. 「Eye In The Sky」, 「Time」, 「Old & Wise」….<‘동물원’ 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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