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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부 명퇴직전 23억 사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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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간부 명퇴직전 23억 사취

입력
199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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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26명에 위조수표 담보 돈 빌려 잠적명예퇴직의 위기에 몰린 은행 고위간부가 은행이자보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며 26명으로부터 23억원을 빌린 뒤 명예퇴직과 동시에 달아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2일 전 제일은행 채권카드관리역(2급) 천정권(51·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씨가 지난 해 10월 명예퇴직을 하기 앞서 김모(72·서울 도봉구 방학3동)씨 등 26명으로부터 위조한 당좌수표 등을 담보로 23억원을 빌린 뒤 달아난 사실을 확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천씨는 94년 8월부터 천안지점장으로 근무하다 실적부진 등으로 이듬해 8월 본점 채권카드관리역으로 전보된 뒤 알고 지내던 은행고객들을 『사업하는 은행고객이 급전을 구한다』고 속여 위조한 당좌수표를 주고 거액을 사취했다. 천씨는 사취직후인 지난 해 10월12일 고령자, 실적이 나쁜 간부 등을 중심으로 한 명예퇴직자명단에 포함돼 퇴사했으며 자신의 부동산 등은 사전에 근저당설정을 해 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조사결과 천씨는 80년대초부터 당좌거래가 있는 고객의 당좌수표를 단골고객에 속칭 와리깡(어음 등을 일정액의 선이자를 떼고 파는 행위)하는 사채장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번처럼 당좌수표를 위조, 사기행각을 벌인 것은 실적부진으로 본점에 전보된 이후로 알려졌다.

은행측은 『천씨가 명예퇴직하기 전까지는 비위사실을 전혀 모르다가 피해자들이 천씨의 퇴직금에 대해 가압류신청을 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은행측은 또 『개인적으로 저지른 범죄인 만큼 은행의 변제책임은 없다』며 『지난 해 12월31일자로 천씨를 파면했다』고 해명했다.<이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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