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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 원활해야 경쟁력 생긴다/김인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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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 원활해야 경쟁력 생긴다/김인수(특별기고)

입력
199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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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나라가 「고비용 저능률」의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는 기술혁신 능력의 부족에 있다. 어차피 선진국이 되려면 고비용 사회로 갈 수 밖에 없지만 기술능력만 충분히 있다면 고비용을 극복할 수 있다. 고비용 사회인 일본이 무역수지 흑자를 계속 유지하고 있고 스위스가 국제경쟁력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도 모두 기술혁신 능력에 바탕한 고능률 때문이다.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 총액중 건물 및 시설투자비(30%)를 제외한 나머지는 미국 GM사의 연구투자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기술력을 키우려면 연구개발 투자를 더 확대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연구개발투자가 반드시 우리 경제의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을 높여 주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기관이 창출한 새로운 기술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제대로 이전되었을 때 연구개발의 경제적 효율이 상승하며 이를 통하여 기술력과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대학에서 기업으로, 연구소에서 기업으로, 기업에서 기업으로 기술이 제대로 이전되었을 때 비로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이다.

기술이전 방법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사람을 통한 기술이전이다. 설계도 기술사양서 기술서적 기계 등은 비교적 이전받기가 쉽다. 이와같은 것을 명시적 지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명시적 지식을 활용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없다면 명시적 지식은 쓸모가 없다. 이와같이 사람에게 체화한 기술을 암묵적 지식이라고 한다.

기술도입에 있어 외국기술자에 의한 기술지도나 기술인력의 훈련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이유에서다. 또 후발기업이 기술능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인력스카웃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는 기술투자의 부족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나마 개발되었거나 확보된 기술이 필요한 수요자에게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는데 있다.

출연연구소에는 수천명의 연구원들이 매년 수천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하며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실제 수요자에게 흘러가지 않고 연구소에 머물러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전체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의 78%가 대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나 후진국 수준의 대학교육과 연구활동으로 말미암아 교수에게 체화한 지식이 졸업생을 통하여 산업에 이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연구시설이 좋고 연구인력과 연구비가 확보된 출연연구소의 경우 기술이 사람에 체화하여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대학에서도 선진국수준의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져야 최고의 암묵적 지식이 사회로 흘러가게 된다.

경제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기술의 선진국이 되어야 하고 과학기술의 선진국이 되려면 기초과학을 담당한 대학이 선진국 수준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연구원과 교수가 자기 자리를 유지하면서 스스로 창업하거나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파트타임으로 기업과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유연성있는 제도와 사회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기술이 제대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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