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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능력없이 무리한 사업확장/한보철강 왜 좌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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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능력없이 무리한 사업확장/한보철강 왜 좌초됐나

입력
199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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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제철소 상당부분 외부차입에 의존/자본금 9백억에 부채 4조 “특혜의혹”도제3자 인수가 불가피한 한보철강의 자금난은 경량급 역도선수가 중량급에나 어울리는 육중한 바벨을 잡았기 때문이다. 자금동원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자금난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83년 건설업에 진출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은 건설업과 탄광업으로 자금을 모아 84년에는 철강업체를 인수해 이 분야에 진출했고 89년부터는 세계 5위규모의 초대형인 당진제철소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한보는 이 과정에서 95년 유원건설을 인수하고 이르쿠츠크가스전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꾸준하게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나 당진제철소사업에는 4조3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도 자체 자금능력은 감안하지 않고 자금동원의 상당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하려 했던 것이 가장 큰 화근이 됐다. 한보철강의 부채는 95년만 해도 2조6천억원이었으나 지난해 6월에는 철강부문 총투자액에 육박하는 4조2천4백60억원에 이를 만큼 당진제철소는 전적으로 금융권지원으로 건설돼왔다.

금융계는 이번 한보철강사태에 대해 『국내 간판급 은행들이 한보철강의 사업성과 재무상태를 그다지도 모르고 무리한 자금지원을 계속했을까』라며 의아해하고 있다. 자본금이 9백억원에 불과한 한보철강이 무려 4조2천억원의 부채를 발생시킬 때까지 은행들은 합리적인 의사판단없이 돈을 쏟아부었는가 하는 점이다. 급기야 지난해말 제일 산업 조흥 외환은행이 각각 1천억원씩 모두 4천억원의 거액자금을 한보철강에 지원할때 은행내부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결정』이라며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는 우성건설 (주)건영때와 마찬가지로 번번이 『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으나 누가봐도 특혜라고밖에 볼 수 없는 구제금융이 또다시 연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한보그룹의 정치권에 대한 막강한 로비력이 한보철강에 대한 수조원대의 특혜금융을 불러왔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당진제철소가 1차준공된 95년 1월이후 건설경기가 침체하고 올들어서는 국내경기가 전반적으로 곤두박질하면서 철강수요도 크게 줄어들어 한보철강의 목을 더욱 죄었다. 또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내놓은 개포동부지 등 수도권일대 10여건의 부동산도 팔리지 않아 자금동원에 어려움이 가중돼왔다.

한보측은 자금난이 악화한 가장 큰 원인은 수서사건과 비자금사건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기술발전으로 당진제철소투자비가 당초 예상보다 2배나 늘어난 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보측은 금융권의 거부감을 줄이고 차입을 쉽게하기 위해 당진제철소를 착공하면서 예상사업비를 실제보다 축소해 시간이 흐를수록 자금난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보철강의 좌초는 「무분별한 투자는 곧 기업을 좌초시킨다」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김동영·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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