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재개정 언질로는 미흡”/표면상 공세 취하며 막후절충 비중영수회담에도 불구하고 정국은 게걸음을 걷는 형국이다. 여야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여전히 신경전이 거듭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대립은 외형적 현상이고 내면적으로는 대화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여야가 논리공방을 벌이면서도 대화의 시기, 조건을 조율하는 이중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정국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는 변칙처리된 노동법의 무효화여부이다. 신한국당은 22일 『노동법 등의 무효화는 헌법에 위배되는만큼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신한국당은 아울러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재개정을 언급했다면 양보할만큼 양보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반면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권은 『불법적인 날치기는 원천무효다. 이는 원칙의 문제로 몇 가지 양보를 얻었다고 포기할 수 없다』고 완강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국민회의 자민련의 「반독재공동투쟁8인위」는 이날 회의를 갖고 『여당이 날치기로 처리된 법을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한 국민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논리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현실적으로도 여야가 지금의 전선에서 퇴각하기란 쉽지않다. 여당은 밀릴대로 밀려 사실상 노동법 재개정을 약속해준 마당에 원천무효·재심의까지 수용한다면 국정주도가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야당의 경우 여당보다는 입지가 나은 편이지만 얼마전까지 『재심의는 정국해법의 출발점』이라고 공언해놓고, 김영삼 대통령의 재개정 언질만으로 이를 철회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고 보고있다.
이처럼 여야의 내부사정때문에 현 시점에서 보면 정국의 전도가 불투명한 듯하다. 하지만 여야관계가 늘 그랬듯이 운신의 폭이 좁으면 좁을수록 역설적으로 대화가능성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여당은 상당한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가까스로 대화국면의 실마리를 마련해놓고 다시 정국을 대치상황으로 몰아갈 수 없는 형편이다. 야당도 현실적으로 재개정의 길이 열려 있는데도 「원천무효」라는 명분에만 집착할 경우, 여론의 비판이 쏟아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여야대화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으며, 단지 그 수순을 밟기위해 여야가 모양갖추기의 절차를 밟고있다고 봐야하는 것이다.
야권 8인공동위가 강경론을 발표하면서도 『무효화를 논의하기 위한 총무회담에는 응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데서도 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신한국당 서청원 총무가 『일단 만나면 풀릴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도 여론의 대세에 근거하고 있다.
앞으로 여야는 당분간 논리공방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막후절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일각에서는 『김수한 의장이나 이홍구 대표가 진전된 유감표명을 하는 선에서 무효화논란은 매듭지어질 수도 있다』고 막후절충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여야가 어떤 모양갖추기를 해내든지 조정기를 거쳐 주말께 대화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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