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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금병산이 무너진다/채석장서 3년여 마구잡이 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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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금병산이 무너진다/채석장서 3년여 마구잡이 발파

입력
199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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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등 10여군데 커다란 균열/토석 쏟아지고 나무 뿌리 뽑혀【파주=김진각 기자】 서울 도심에서 1시간 거리인 경기 파주시 광탄면의 비단병풍을 둘러친듯한 명산 금병산의 산허리와 정상이 10여군데나 폭 2∼5m, 깊이 5∼20m, 길이 10여m규모로 잘려 붕괴직전이다. 채석업자가 목전의 이익만 챙겨 3년여동안 마구잡이로 발파작업을 한데다 당국은 감독을 소홀히 해 명산은 형체를 잃고 있다. 지금도 붕괴가 진행중이어서 인근 3개마을 주민 5백여명과 군부대 장병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21일 하오 3시30분 경기 파주시 광탄면 금병산. 해발 2백93m의 정상부근에 오르니 산등성이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정상 한가운데에 폭 1m, 깊이 5m, 길이 30여m의 균열이 나 있었고 그 아래로 5m거리에는 폭3m, 깊이 20여m, 길이 20여m로 균열이 엄청나 금방 쏟아져 내릴듯 했다.

균열이 진행중인 탓인지 계곡 군데군데에는 쏟아져내린 토석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또 균열자국과 새로 생긴 계곡에는 1백∼2백년생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그루가 뽑혀 뿌리를 드러낸채 나뒹굴었다. 산전체가 지진을 만난듯 했다.

금병산의 균열은 토석채취업체인 (주)서우토건(대표 임의규·60)의 무리한 채석작업 때문이다. 서우토건측은 93년 12월 파주시로부터 금병산 입구인 파주시 광탄면 방축리 산 1의 1일대 6만㎡의 토석채취허가를 받은뒤 94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총 5만8천㎡에서 토석을 캐냈으며 이달말까지는 나머지 허가면적에 대한 채취를 끝낼 계획으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서우토건측은 지반분석도 제대로 하지않고 마구 파헤쳐 채석작업을 강행, 지난해 8월 폭우때는 산사태가 발생, 주민과 인근 군부대가 한때 대피했다.

붕괴위험은 산사태후 주민들의 요구로 서우토건측이 산정상을 점검한뒤 발견, 파주시에 보고했으나 시측은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밤마다 바위더미가 무너져내리는 소리를 듣고 산에 올라가 균열현장을 확인한 주민들은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해동과 함께 산이 붕괴, 군부대와 마을을 덮쳐 엄청난 재앙이 예상된다』며 공사중지를 호소했다.

이선근(43) 창만5리장 등 주민들은 『파주시는 채석장 허가과정을 공개하고 즉각 공사중단명령을 내린뒤 시공업체를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고려대 도성재(44·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반상태를 고려하지않고 석산을 개발할 경우 산을 받쳐주는 지지력이 감소, 균열띠가 형성돼 붕괴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병산◁

금병산은 조선조 영조가 절경에 감탄, 즉석에서 붙인 이름이다. 광탄면 창만·방축·발랑리 등 3개리에 걸쳐있다. 창만리 주민들이 매년 추수후 이산에서 산신제를 올리며 풍년을 기원하는 영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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