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한센병)은 역사시대 초기의 기록에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오래된 질병이다. 고대의 기록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성서」로서,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가장 많이 나오는 질병이 나병이다. 예수시대를 그린 영화 「벤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대지방에서는 나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추방생활을 감수해야만 했다. 나환자들은 또 단순히 질병에 걸린 게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천벌을 받은 죄인취급을 당했다.구약은 주로 이런 천형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여러가지 제재를 상세히 묘사한 데 반해, 신약은 버림받은 나환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예수의 손길이 기성사회와 종교로부터 낙인찍힌 나환자들을 직접 어루만지는 장면이야말로 배척받고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한 기독교적 사랑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그들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박혔다는 예수의 가르침과 사랑의 정신이 예수를 믿고 따른다고 자처하는 「신도」들에 의해 오히려 더 훼손되는 모습을 역사속에서 너무나 많이 찾아볼 수 있듯이 나환자들에 대한 중세 기독교사회의 태도 또한 예수의 솔선수범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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