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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광고모델료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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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광고모델료 바람직한가

입력
1997.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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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인기 여성탤런트가 최초로 4억원이 넘는 CF 1년 출연계약을 맺었다. 인기인들의 광고출연료는 경제상황에 상관없이 빠르게 최고 기록을 갱신해 가고 있다. 인기인들의 치솟는 광고출연료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긍정 입장/이경남 모델파크 대표/시장경제논리 따라 형성된 가격/무한경쟁 상황서 규제는 불가능

광고 표현에서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역할은 역시 모델이다. 현대는 이미지 광고시대이고 더구나 제품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선 누가, 즉 어떤 모델이 그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이냐가 중요해졌다. 모델전략이 곧 광고전략이며 모델기획이 곧 광고기획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흔히 광고의 홍수 속에 산다고 하는데 이는 결국 모델의 홍수 속에서 산다는 것으로 바꾸어 볼 수 있겠다. TV를 켜면 가히 모델의 홍수 속에 산다는 말이 실감난다.

유명 탤런트, 영화배우, 인기가수는 물론 평범한 소비자, 최고 경영자, 교수나 샐러리맨까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모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출연자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효과만 있으면 전문모델만이 아니라 직업이나 나이 국적을 불문하고 기용한다. 이렇듯 광고에 있어 모델은 창의적 발상의 주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모델의 출연료가 계속 치솟는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빅 모델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나 찾는 기업은 많은 수요 공급의 불균형, 둘째 광고주들의 변함없는 빅 모델전략, 셋째 빅 모델 스스로의 「내가 최고다」라는 경쟁의식과 금전적 보상심리, 넷째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업에 임할 수 없는 제작상황, 마지막으로 과학적으로 산출하기 어려운 스타의 부가가치이다.

빅 모델의 몸값은 스타성, 유명세, 화제성, 시대가 요구하는 독특한 개성 등을 감안하여 결정짓는 것이 통례이다. 일반모델이 아닌 빅 모델의 몸값을 일정한 선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무한경쟁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광고가 계속되는 한 빅 모델의 등장은 지속되고 시장이 있는 한 그들의 중복출연도 계속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의 해결방법은 광고주들이 빅모델전략을 자제하고 광고회사는 새 얼굴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길일 것이다.

인기스타는 많지 않다. 현재 3억∼4억원의 개런티를 받는 모델은 이미 정상에서 내려와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들이 평생을 그렇게 버는 것은 아니다.

결국 빅 모델의 가격은 시장논리에 따라 형성되는 시장가이다. 경쟁력 있는 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진리는 광고모델계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들이 출연한 회사의 대표모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실제 생활에서도 광고제품을 애용한다거나 겹치기 출연은 스스로 삼갈 줄 아는 철저한 프로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광고주나 소비자도 비싼 모델료를 아깝게만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부정 입장/조병량 한양대 교수·광고홍보학/평범한 일반국민에 위화감 조성/유명모델 의존 광고창의성 저해

최근 국내 일부 인기연예인들의 광고모델료가 무려 3억∼4억원대를 넘어선 예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기에다 이쯤 되는 모델들의 상당수는 한 광고가 아니라 많게는 4∼5개 이상의 광고에 동시 출연하고 있어, 이들이 받는 출연료는 그야말로 일반 월급쟁이들이 생각도 할 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에 달하게 된다. 이러한 고액의 모델료는 광고전략적 측면에서나 우리 시장규모에 비해서 너무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고모델료가 과연 왜 그렇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광고모델료가 이렇게 비싸진 이유는 몇가지로 요약된다. 광고주들의 지나친 특정 인기모델 선호경향과 경쟁심리, 광고회사의 아이디어 빈곤과 안일한 자세, 정상급 모델들이 지니고 있는 희소가치가 그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액화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사회와 광고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측면이다. 먼저 광고 외적인 문제로 천문학적인 모델료가 일반 서민에게 미칠 수 있는 사회적 악영향을 들 수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한번 출연하는데 3억∼4억원을 받는다면, 그것은 평범한 일반국민의 화폐감각을 마비시키고, 상대적 좌절감이나 위화감을 조성하며, 정상적인 직업관이나 사회적 가치관을 오도할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이러한 모델료가 보편화되고, 몇억원이 아무렇지 않게 지출됨으로써 사회 전체를 고비용사회로 이끌어가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광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들 또한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첫째 유명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은 자칫 창의적 광고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고란 본질적으로 아이디어 산업이며 따라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손쉬운 방법으로 특정모델의 인기와 그 얼굴에 의존하게 되면 뼈를 깎는 고통 속에 아이디어를 창조해 내는 광고 본래의 속성은 그만큼 약화될 것이 뻔하다. 둘째는 모델 중심의 광고가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는 위험요소이다. 이러한 광고는 모델이 제품의 이미지와 수명을 좌우하게 되기 때문에 모델의 인기하락이나 스캔들에 의해 상품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모델료의 지나친 고액화와 일부 인기모델에 의존하는 광고의 증가현상은 광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정기업이나 특정상품에 있어서 아무리 비싼 돈을 주더라도 꼭 기용해야 하는 모델이라면 모델료의 다과가 문제될 소지가 크지 않다. 외국의 경우 실제로 어떤 모델은 우리의 수십배에 해당하는 모델료를 받기도 하지만 그 경우는 그래야 하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만큼 비싸야 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연예인 20여명은 한번 출연에 3억원 이상/방송·영화계 신인발굴 인색해 ‘고액’ 부채질/“외국에 비해 높은 가격 아니다” 의견도 많아

채시라 김혜수 김지호 박중훈 최민수 등 20여명 정도의 연예인들이 한 번 출연에 3억원대 이상의 CF 출연료를 받고 있다. 웬만한 서민이 평생 만지기 어려운 액수다.

인기 연예인들의 CF 출연료는 상품의 공정가격처럼 정해진 것은 없다. 인기와 광고주의 수요 등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그래서 좀 「뜬다 싶은」 인물은 갑자기 찾아온 인기처럼 순식간에 고액의 모델이 된다.

시장경제 논리를 생각한다면 고액 모델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어차피 광고주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 모델만 쓰면 물건이 팔린다」는 확신이 서면 광고주는 억대의 모델료를 지불하더라도 원하는 사람을 기용한다.

유명모델의 인지도로 제품이 하루아침에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면 마케팅 측면에서 몇 억원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탤런트 최수종이 한창 「잘 나갈 때」 비듬약에서부터 과자에 이르기까지 예닐곱개의 광고에 겹치기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최수종만 쓰면 된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정설이었다.

광고대행업체 오리콤의 허웅 PD는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 모델들에게 「끌려가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상품의 성격과는 상관 없이 유명배우를 기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모델 출연료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연예인들에게 드라마와 영화는 부업이고 광고가 주업이라는 말이 있다. 드라마의 경우 인기탤런트는 1회당 100만∼300만원 정도다.

주말, 수·목드라마가 보통 30∼50회 한다고 볼 때, CF에 비하면 싼 편이다. 그래서 배우의 생명력을 담보하고서라도 보통 4건, 많게는 7건까지 겹치기로 CF에 출연한다.

반대로 CF에서 인기를 얻으면 연기력에 대한 별 검증없이 탤런트로 진출해 CF에서의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다소 비하적 표현인 「몸값」이라는 말은 이런 데서 나온다.

모델료가 이렇듯 높아진 것은 연예계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TV드라마와 영화의 주연급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

이들은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CF에도 겹치기 출연한다. 신인발굴에 인색한 방송, 영화계의 실정이 모델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고, 「빅 모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광고메커니즘이 이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모델료는 외국에 비해 결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많다. 기업의 이미지, 제품의 신뢰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광고의 중요성에 비추어 본다면 「부당한」 상품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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