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한 여론 불식/경기침체·실업확산 국민시선 돌리기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사법제도 개혁을 최대 국정과업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나서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20일 TV 생중계된 특별담화를 통해 『사법제도의 원칙들을 현시대에 맞게 뜯어 고칠 때가 됐다』며 『중립적 인사들로 제도개혁 위원회를 발족해 7월15일까지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미 법조계 학계 관계 언론계등 각계인사 2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인선작업을 마치고 피에르 트루시 대법원장을 위원장에 위촉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사법개혁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법권의 독립과 관련, 시라크정권은 그간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95년 정권출범 직후부터 알랭 쥐페 총리 등 시라크 대통령의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스캔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으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치안판사(수사권을 가진 판사)가 장 티베리 파리시장의 주택특혜 임대스캔들의 수사와 관련, 시장의 가택수색영장을 발부했음에도 법무장관의 지시를 받은 경찰이 수색에 불응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법권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이 노골화하자 사법부의 불만이 팽배해진 것은 물론 국민의 비난여론도 빗발치고 있다.
사법제도 개혁에 포함된 피의자 인권보호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되 수사권 남용은 방지하자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치안판사와 검사들은 그동안 정·경 비리를 수사할 때마다 정치권의 압력이 가해지자 관련법규를 어기면서까지 수사내용을 언론에 흘려 여론화시키는가 하면 예비구금제도를 남용해 신병확보에 집착해왔다. 이에 신변위협을 느낀 정치권과 경제계는 판·검사들의 수사권 남용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프랑스의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사법제도 개혁추진이 두가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부패 비리 수사에 간섭한다는 비난여론을 불식시키는 한편 경제침체와 실업확산 등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다른데로 돌리려는 용도라는 것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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