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과 의외성 그리고 ‘한몫’의 유혹이 달린다/국가가 판벌이고 자릿세 받는 합법적인 도박경마는 이제 프로야구나 마이클잭슨의 공연보다 인기가 높다. 지난해 프로야구의 총입장객 수가 400만명인 반면 경마는 750만명이 넘었다. 마이클잭슨의 이틀간 공연에 10만여명이 관람했지만 경마는 하루 평균 8만명 이상이 몰린다.
주말이면 하루 3만여 명이 과천의 서울경마장으로 향하고, 5만여명이 TV경마장으로 불리는 22개의 장외발매소를 찾는다. 이들은 경마 예상지에 펜으로 줄을 쳐가며 공부한다. 경기전 말을 선보이는 예시장에서 「감」을 얻고 예상지에서 확신을 얻어 적게는 100원, 많게는 10만원을 건다. 발주에서 도착까지 1, 2분여 동안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지르고 짜릿한 스릴을 맛본다.
무엇 때문일까. 우선 스릴과 의외성이 있는 레저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전력을 않다가 나중에 앞으로 나서는 말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다.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도 기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위험은 있지만 뜻밖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다크호스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베테랑 경마전문가라도 맞힐 확률은 20% 내외로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매력은 경마가 도박이라는 데 있다. 경마장을 지배하는 논리는 우연에 대한 환상이다. 초보자든 전문가든 적은 밑천으로 한몫을 잡겠다는 환상. 경마예상지인 「열전 경마」의 김호정 부장은 『경마장에 몰리는 사람중 70% 이상이 매주 경마장을 찾는다고 보면 맞다. 경마한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숨기는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경마는 도박이되 국가가 판을 벌이고 자릿세를 받는 합법적 도박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장에는 일탈된 행위가 합법적으로 보장된다』고 말한다.
매 경주당 마권구입총액의 28%가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세금, 마사회 운영비, 기타 기부금 등으로 빠진다. 결국 관중들은 자신들의 돈 중 72%를 가지고 나눠먹는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다. 1만원씩 열번 걸어서 7만 2,000원을 가져가면 본전인 셈이다. 과천 서울경마장의 지난해 매출액이 2조 7,000여 억원, 하루 매출액이 300억 원. 정부의 수입은 엄청나다.
확률은 어느정도 일까. 흔히 하는 1, 2위 두마리를 찍어 내는 복승식은 14필이 참가할 경우 1/91로 1.098% 정도. 100번 걸어서 1번정도 행운을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 18일에서처럼 1766배가 나오면 1,000원으로 176만 6,000원을, 1만원으로 1,766만 원을 순식간에 벌 수도 있다. 이러한 우연에 대한 집착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경마장으로 내몰고 있다.<유병률 기자>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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