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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모르는 과소비는‘경제의 마약’(한국경제 활로를 뚫자: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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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모르는 과소비는‘경제의 마약’(한국경제 활로를 뚫자:11)

입력
1997.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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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수준 GNP의 2∼3배… 씀씀이 미국 앞질러지난해 한 민간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소비행태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보고서를 냈다. 국내 소비자는 6년에 한번꼴로 세탁기를 바꾸고 냉장고도 7.1년에 한번씩 새 것으로 교체하는 반면 미국 소비자는 한번 구입한 세탁기와 냉장고는 적어도 13년, 15년씩은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국민소득(GNP)은 미국의 40%에도 못미치지만 소비자의 씀씀이에서는 우리가 미국을 한참 앞지르고 있다.

억대의 외제승용차, 수천만원대의 가구와 모피, 100만∼1,000만원에 이르는 속옷세트, 6,000만∼1억원대의 주방세트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초등학생도 「게스」청바지와 「나이키」운동화를 선호하고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의류를 주저없이 구입하는 여대생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95년에 1인당GNP 1만달러를 달성했지만 우리의 소비수준은 이미 1인당GNP 2만∼3만달러 시대에 도달해 있다. 국은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91∼95년중 우리와 일본의 소비행태 비교」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일본 도시가구의 외식비는 연평균 0.9% 증가한 반면 우리는 21.1%로 급속히 늘어났다.

가구당 소비지출은 우리가 65만원에서 123만원으로 89%나 늘어났으나 일본은 33만엔에서 35만엔으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1인당GNP가 3만7,000달러를 넘어선 일본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데 1만달러 수준인 우리나라는 모두가 갑부인양, 흥청망청 써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수출부진과 경기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최근에도 호화사치 열풍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전체 소비재 수입에서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년 23.5%, 90년 41.2%에서 96년 7월에는 43.8%로 급증했다.

95년부터 가구 냉장고 위스키 등의 국산제품 소비는 감소세로 전환된데 반해 같은 품목의 외제품 수입증가율은 지난해 1·4분기에 냉장고 21.5%, 가구 43.8%, 위스키 43.3% 등으로 치솟았다. 승용차도 국산품 구매가 8.2% 늘어나는 동안 외제는 52.5%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흥청망청식 소비풍조는 국경을 넘어 해외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동안의 여행수지적자가 95년 전체 규모와 맞먹는 11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한해동안의 여행수지적자는 95년도의 2.1배에 달하는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이를 의식하지 못하는데 있다. 지난해 공보처가 실시한 「소비생활에 대한 국민의식 전화조사」결과를 보면, 20대이상 남녀의 93%가 우리사회의 과소비를 우려했지만 스스로 과소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물론 소비는 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촉진시키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순기능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자기의 소득 수준을 생각하지 않는 무모한 지출, 계획과 목적이 없는 소비, 과시와 충동에 의한 천박한 돈잔치는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 소비는 미덕이지만 과소비는 「경제의 마약」이나 다름없다.

신한종합연구소 송민철 책임연구원은 『해외 유명브랜드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와 모방소비, 체면중시 문화에 따른 품위유지비의 과다지출 등이 한국 경제를 주름지게 하는 중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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