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신세계 법적 결별 추진/2,3세 분할·기업정리도 활발 예상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분리 독립요건을 대폭 완화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대기업의 핵분열식 분리독립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과 사실상 분리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분문제로 삼성 계열사로 분류됐던 제일제당 신세계는 이번 조치가 발표되자 당장 법적분리를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나섰다.
또 최근 공정위에 의해 현대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한국프랜지처럼 대기업 위장계열사로 의심받고 있는 기업들의 「법적독립」움직임도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창업주에서 2, 3세로의 재산권 승계과정에서, 또는 불황극복을 위한 계열사 정리차원에서 일부 계열사의 분리가 불가피한 대기업이 적지 않아 대기업의 핵분열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번 공정위 조치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제일제당은 규정이 바뀌는 4월부터 바로 삼성그룹과의 「법적 결별」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주식 215만주(지분 11.5%)를 비롯, 총 1,000만주의 삼성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비상장인 삼성생명주식을 처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삼성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했었다. 분리를 위해서는 비상장 삼성계열사의 주식을 3%이상 갖고 있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4월부터 이 비율을 10%까지 늘리기로 해 제일제당은 삼성생명주식 28만여주만 처분하면 독립을 위한 최대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삼성주식은 양이 많지 않고 대부분 상장기업 주식이어서 주식시장을 통해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로 묶여 신규사업 진출이나 여신사용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아온 제일제당은 완전독립을 계기로 금융업 정보통신업 등 신규사업에 진출, 2005년까지 재계 10대그룹에 진입할 계획이다.
91년 11월 삼성에서 분리된 신세계도 삼성생명의 지분을 14.5%(270만주)나 보유, 삼성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주식처분을 통해 법적분리를 추진할 예정이나, 10%한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처분할 물량이 80만주에 달해 다소 시간을 두고 지분을 정리해나갈 방침이다.
2, 3세의 재산권 승계에 따른 대기업의 분할도 이번 조치로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한진 선경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형제간에 계열사를 분할, 경영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 장차 기업분할의 불씨를 안고 있다. 또한 일부 대기업들은 불황극복 차원에서 사업성이 없는 계열사를 분리, 매각하거나 소단위로 분할하는 방안을 은밀히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역시 대기업의 핵분열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배정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