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0년대 미국 서부 개척시대, 금광 개발 열기로 뜨겁던 캘리포니아에서 진(Jeans)은 탄생했다. 짐마차를 덮는 천막천을 거래하던 독일 청년 「레비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광부들이 해진 바지를 기우는 것을 보고 두꺼운 천막천으로 작업복 바지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천막천을 「인디고 블루」색으로 염색해 허리까지 올라오는 작업복 「오버롤(overall)」을 선보여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바로 블루진의 원조 「리바이스(Levi’s)」 청바지.140여년이 지난 지금, 블루진은 거친 작업복에서 편안한 일상복으로, 패션 의류로 변천을 거듭했다.
블루진의 원단인 「진(jean)」은 「데님(denim)」의 일종. 레비 스트라우스는 이탈리아 제노아 무역선으로 데님을 수입했는데 진은 제노아에서 유래한 말이다.
진은 아메리칸 웨스턴 스타일의 「정통진」과 색상과 디자인에 변화를 준 「캐릭터진」으로 크게 나뉜다. 「리바이스」, 「리」 등이 정통진이라면 「게스」, 「캘빈 클라인」, 「M.F.G」 등은 캐릭터 진에 속한다.
블루진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70년대. 장발에 청바지, 어깨에 둘러멘 통기타는 암울한 유신시대에 저항하던 70년대 청년의 표상이었다. 그건 비단 우리의 일만은 아니다. 진은 새로운 문화를 주도해 온 청년문화의 상징으로 20세기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이 되었다. 영화 「이유없는 반항」의 제임스 딘, 「와일드 원」의 말론 브란도가 입은 진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50년대 미국 중산층의 따분한 삶에 대한 야유였다. 「인디고 블루」는 60년대 히피들의 이상을 상징하는 자유와 평화의 빛깔이기도 했다.
진은 주류 패션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안티(anti) 패션」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런지 룩」을 대표하는 찢어진 낡은 청바지, 7부 바지 유행을 만들어낸 길이를 자른 청바지, 바지의 옆을 터서 만든 청치마 등은 대표적인 예들이다.
90년대 들어 진은 패션 리더들의 감각에 맞는 패션 의류로 자리잡았다. 심미적 기준도 변해서 실용성보다 독특한 디자인과 색상이 중시됐다. 고가의 캐릭터 진이 각광을 받게된 것도 이 무렵이다.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진을 즐겨입는 층은 다양하다. 색상도 블루진으로 대표되는 「인디고 블루」에서 흰색, 검정색, 분홍색, 빨강색까지 있다.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2만∼3만원대의 보세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20만∼30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도 있다.
블루진은 낡을수록 멋이 난다. 최근에는 「빈티지 진(Vintage Jeans)」이라고 해서 낡은 중고 청바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제 진의 「저항적」 이미지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그야말로 이미지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10만원을 호가하는 진 브랜드들이 청소년층에게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그 사소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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