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잘못이해 장광설·하소연성 답안 등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지문으로 제시하고 개인의 사회소외문제를 논하도록 한 97학년도 서울대 논술고사에서 응시자 1만5천7백36명 중 30여명이 0점을 받았다. 서울대는 20일 『답안 중 30여개가 문제를 잘못 이해했거나 주의사항을 무시하는 등 채점기준에서 벗어나 0점 처리했다』고 밝혔다. 0점 답안지에는 엉뚱하게 자기소개를 한 경우가 많았다. 한 수험생은 학급내에서 개인주의를 타파하려고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관해 장광설을 늘어 놓았다. 어린 왕자와 여우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거나 여우를 늑대로 서술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개인과 대비되는 말로 「다수」라는 어휘를 제시, 사회로부터의 개인소외를 염두에 둔 출제의도와 동떨어져 0점을 맞았다.
계나 두레와 같은 집단문화를 소외 극복방안으로 제시한 수험생은 『서로의 자연스런 모습을 보면 인간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목욕탕에 함께 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면 소외가 극복된다』고 주장했다. 한 수험생은 『수능성적이 예상보다 수십점이나 더 나와 주위의 압력 때문에 서울대에 지원했지만 앞으로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공부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 편지형식의 하소연성 답안을 내기도 했다.
답안의 분량을 절반도 못 채웠거나 연필로 쓴 뒤 시간이 부족해 흑색 사인펜 가필을 하지 않은 수험생들도 0점 처리됐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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