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별번호 고갈위기/네자리로 바꿀땐 비용 막대/01x계열 그나마 남은 3개/016,018,019마저 PCS사업자에 준다는데…앞을 길게 내다 보지 못한 정부의 전화번호 정책으로 전화번호 자원이 고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번호전쟁이 뜨거워 지고 번호체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동통신 식별번호가 고갈돼 가고 있는 것. 식별번호란 유선망과 무선망, 시외전화와 국제전화 사업자 등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주는 번호로서 0으로 시작하는 0xx계열과 1로 시작하는 1xx계열의 두 종류로 나뉜다. 2xx∼9xx는 전화번호 국번으로 쓰고 있어 식별번호로 사용할 수 없다.
0xx계열은 국제전화 이동통신 시외전화 등에, 1xx계열은 범죄신고(112)와 화재신고(119) 등 특수번호에 각각 이용된다. 현재 무선호출기는 012와 015를, 휴대폰은 011과 017을 각각 식별번호로 사용하고 있다.
0xx계열 식별번호는 000에서 099까지 100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동통신 등 새로운 수요를 감안하지 못하고 무분별하게 시외전화 지역번호로 배정해 버린 결과 남아 있는 번호는 43개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통일후 북한지역에 줄 지역번호 등을 빼면 실제로 남는 번호는 20개도 안되는 셈이다. 1xx계열도 100개중 67개가 남아 있으나 배정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98년 통신시장 개방후 외국 통신업체들이 몰려 와 번호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차세대 이동통신과 저궤도위성을 이용한 각종 통신서비스가 크게 늘어 나면 식별번호 고갈 문제는 한결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3자리의 식별번호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어쩔 수 없이 4자리로 바꿔야 한다. 그 경우 국민적인 불편과 혼란도 문제지만 3자리까지만 식별할 수 있는 메모리칩을 사용한 현재의 무선호출기와 휴대폰을 교체해야만 해 막대한 재원이 낭비된다.
이같은 사태는 정부가 식별번호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데다 통신사업자들의 입김에 정책이 흔들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개인휴대통신(PCS) 식별번호 부여과정을 두고 일고 있는 의혹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01x 식별번호에서 남아 있는 016, 018, 019를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로 선정된 LG텔레콤과 한솔PCS, 한국통신프리텔 등에 주기로 결정했다. 이달말께 발표될 이같은 결정은 꼬박 1년에 걸친 실무팀의 연구검토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정통부 실무팀은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한 끝에 3개 PCS업체가 018이란 식별번호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국번을 휴대폰 보다 하나 늘려 4자리(국번의 첫 숫자는 사업자 구별번호)로 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결과적으로 018x의 네자리 식별번호를 부여하게 되는 셈인 이 방안은 여러 사업자의 무선통신 서비스를 018이라는 하나의 식별번호로 묶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016, 019를 예비분으로 남겨 추후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PCS이용자끼리는 서로 018번을 누르지 않고도 통화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있다.
그러나 PCS업체는 이에 극구 반대했다. PCS는 휴대폰과 큰 차이가 없는데 휴대폰 사업자인 한국이동통신이나 신세기통신이 각각 011, 017 등 3자리 식별번호를 쓰는데 후발주자라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4자리 식별번호」를 쓰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따라서 01x 계열중 남아있는 016, 018, 019를 나눠달라고 주장했다. 애초에 011, 017 등의 식별번호를 사업자단위로 배정해 버린 잘못이 낳은 뼈아픈 결과다.
PCS사업자들은 형평성을 이유로 남아 있는 세자리 식별번호를 줄 수 없다면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의 식별번호도 018x계열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은 기존 휴대폰을 교체해야 하는 부담을 지면서까지 기득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버텼다.
지난 연말 강봉균장관이 새로 부임하면서 실무팀의 연구검토 결과는 백지화하고 업계의 요구대로 016, 018, 019를 주기로 결정됐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 모처럼의 시정 기회마저 이렇게 사라져 버렸다.
정통부 관계자는 최종결정이 불가피했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011과 017은 이미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 안정된 사업기반을 구축한 반면 PCS 사업자들은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PCS 사업자들은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정부에 1,100억원의 출연금을 냈고 앞으로도 사업을 위해 1조5,000억원씩은 투자해야 합니다.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인데 번호에서부터 불이익을 당하게 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러나 『정부가 전화번호 체계까지 무너뜨리면서 사업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반론도 거세다. 실무팀에 속했던 한 관계자는 『실무선에서는 장기적인 번호관리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위에서는 다른 고려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경영학과 장석권 교수는 『좋은 번호를 받아 가입자를 확보하려는 사업자들에게 정통부가 밀린 것 같다』며 『사업자들의 수익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하나의 식별번호 아래 통합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한번 결정되면 돌이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전화번호도 고갈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대개 국번 3자리, 사용자 번호 4자리로 모두 7자리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단순계산으로는 1,000만개의 번호가 가능하나 0으로 시작하는 번호와 기피 번호를 빼고 예비번호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700만∼800만개의 번호만이 사용가능하다. 서울에서는 이미 전화번호가 포화상태여서 국번이 4자리인 번호가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선호출 가입자 역시 1,000만명을 넘어서 지난해 11월부터 4자리 국번의 무선호출기가 등장했다. 전화번호는 7자리가 최적이며 이를 넘어가면 외우기 어렵고 불편하다는 데서 나온 「매직 7」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장교수는 번호관리 정책의 또다른 문제점을 거론했다. 『앞으로 시내전화사업에도 경쟁체제가 도입될 전망이지만 번호체계 측면에서는 거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게 될 번호를 관리하고 분쟁을 조정할 전문기구도 없어 더욱 걱정입니다』<조재우 기자>조재우>
◎국내 식별번호체계 어떻게 돼 있나/00x계열은 유선,01x는 무선망/지역번호 02에서 06까지 차지 ‘낭비’
이동통신이나 시외전화 국제전화를 하려면 먼저 「0x」 또는 「0xx」 등을 눌러야 한다. 유·무선 통신망이나 지역을 구별하기 위한 이같은 번호를 식별번호라고 한다.
통신망 식별번호는 크게 유·무선망으로 나뉜다. 001, 002 등 「00x」계열은 국제전화 유선망 식별번호 또는 국제전화 관련 사업자 식별번호다. 이 가운데 008은 국제전화 제3사업자인 온세통신에 배정될 전망이고 003, 007, 009는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사용하고 있다. 「000, 004∼006」 등 4개가 예비번호로 남아 있다.
무선망 식별번호는 「01x」계열이다. 휴대폰(011, 017)과 무선호출기(012, 015 )에 사용된다.
다만 「014」계열은 유선 데이터통신망이다. 하이텔과 천리안의 접속번호가 01410, 01420인 것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013은 항만전화 등 특수 통신망 식별번호다. 016, 018, 019가 예비번호로 남아 있었으나 3개 PCS업체에 1개씩 배정될 예정이어서 01x계열은 고갈된 셈이다.
02∼09까지는 지역 식별번호로 사용된다. 서울은 02,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광역시는 0Nx의 3자리, 그밖의 지역은 03xx(경기 강원), 04xx(충청), 05xx(경상), 06xx(전라 제주) 등 4자리로 돼 있다.
08x계열은 착신요금 부담서비스(080)와 한국통신 추가 시외전화사업(081), 데이콤시외전화(082)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07x, 09x는 통일후 북한지역에 배정할 지역번호 예비분으로 남겨두고 있다.
1xx계열인 특수번호 식별번호도 나름대로의 규칙을 갖고 있다. 10x계열은 통신업무에 관련된 것.
시외통화신청(101), 공중전화 수신자부담 시외전화(107) 등에 사용된다. 11x∼13x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통신사업자가 공공목적에 이용하는 번호다. 11x계열은 전화고장신고(110) 범죄신고(112) 화재신고(119) 전화번호안내(114) 등에, 12x는 시정자동안내(120) 수도고장신고(121) 밀수신고(125) 마약사범신고(127) 등에 이용되고 있다. 13x는 기상 관광정보 등 생활정보 응답에 쓰인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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