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김종필씨 등 두 야당총재와 영수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바로 13일전 연두회견에서 김대통령이 일축했던 영수회담을 전격 결정한 것은 그동안 노동계의 파업사태에 대해 취해 왔던 강경한 입장을 대화로 풀겠다는 것이며 이로써 시국은 강경대치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김대통령이 갑자기 영수회담을 수용키로 한 배경은 몇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가 파업이 계속될 경우 더욱 악화하고 공권력을 동원할 때 해결은 커녕 반발과 파장은 엄청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취임이래 단행한 개혁이 물거품이 될 것을 걱정했을 듯하다. 무엇보다 민심의 이반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특히 우방인 미국 등이 우려를 표시했고 해외언론은 이 정권출범초 보였던 경제발전과 개혁, 민주화 노력에 대한 찬사에서 경기침체로 「늙고 병든 호랑이」로 비유하고 민주화대신 독선적 자세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코리아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는 등 한국은 「걱정스런 나라」 「그런 수준의 나라」로 웃음거리가 되어 국민을 더욱 심란케 했던 것이다.
영수회담에 대해 일부에서는 감정적인 응어리가 있는 3금씨가 회동한들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고 사시하는 것은 당치가 않다. 국가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이 야당총재들과 만나 현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며 그래서 우리는 대치시국이 시작될 때부터 영수회담을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이다.
회담에서 야담총재들은 노동법 등의 날치기 통과 백지화를 비롯, 복수노조의 즉시 허용과 정리해고제의 규제, 대통령선거때 야당탄압에 이용할 여지가 있는 안기부법개정의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국가경쟁력 강화와 북한의 대남도발을 막기 위해 노동법·안기부법의 처리가 불가피했음을 강조하고 시국안정과 경제회생을 위해 야당이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 자리에서는 적어도 노동법등에 관해 즉각적인 백지화는 어렵더라도 이른 시일내에 여야협상을 통한 재수정등 일련의 원칙에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영수회담의 성사를 굴복이나 전승 차원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다. 아울러 당리당략에 의한 주장은 있을 수 없다. 오직 국익민리차원에서 대국적인 해법·노동자와 기업가 등 모든 국민에게 이익과 안정이 돌아가는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3김씨의 큰 정치에 의한 대타협으로 대전환이 이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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