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면서 에너지절약의 필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에너지는 수입품목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수지대책으로 에너지절약을 강조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정부가 에너지고가정책을 앞세워 에너지절약을 유도하려는 시책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사용중인 기계설비 건물 수송장비 가전제품 수송인프라 등이 내년에도 계속 사용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에너지가 절약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 올해 경제사정이 아주 나빠져 공장가동률과 물동량이 대폭 하락하고 소비자들도 의기소침해져 두문불출한다면 에너지소비는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에너지절약에 해당되지 않는다.그렇다고 지금 쓰고 있는 시설 장비들을 에너지고효율 신규장비로 앞당겨 바꾼다고 해도 에너지절약이 가능하지는 않다. 그럴만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가격이 10% 오른다고 해서 시설교체가 앞당겨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금의 에너지절약대책으로는 국제수지가 개선되기 어렵다.
에너지를 실질적으로 절약하려면 경제의 근원적인 구조개선을 앞당겨야 한다. 에너지는 소비패턴과 생산패러다임이 변해야 절약될 수 있고, 경제구조의 개선도 이들이 변화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절제없이 쓰면서 한편으로는 국민경제의 효율화를 추구했던 것이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이었다. 고비용 저효율이 고착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에너지절약은 선진경제의 핵심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다각적인 접근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의 방침대로 에너지가격제도를 개선해 관련제품과 서비스의 소유와 사용이 절제되도록 유인하는 것도 급선무다. 그동안 에너지실질가격은 하락했다. 이런 여건에서는 작은 차를 사야 할 이유도, 차량이용을 자제해야할 이유도, 에어콘의 에너지효율을 알아두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 결과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더 큰 부담이 유발됐다. 에너지값이 싸지 않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갖도록 가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함께 소비자가 손쓸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건물 수송인프라 등은 경제의 주요자산이면서 동시에 방대한 에너지소비를 유발한다. 그러나 이 부분의 에너지소비는 소유와 사용이 분리돼있어 소비자의 절약의지가 반영되기 어렵다. 건물을 임대해 쓰는 사람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 정부는 소비자를 대표해서 건물 수송부문 가전기기 등에 대한 에너지효율기준을 세워 고효율의 신규시설과 장비만이 생산 보급되도록 규제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 제도를 널리 채택하고 있고, 미국의 일부지역에서는 주택의 에너지효율치가 기준치를 밑돌 경우에는 매매를 불허할 정도로 강력한 에너지절약정책을 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에너지절약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 쓰이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사용금액」지표는 에너지효율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복합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에너지절약의 정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에너지사용금액은 일본의 3배인데, 이는 고부가가치산업 중심의 일본경제와 산업화과정에 있는 한국경제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지 일본의 에너지효율이 우리보다 3배 높다는 뜻은 아니다. 이와관련, 한국 제철산업의 에너지효율이 일본을 능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에너지절약형 소비-생산패러다임이 지구촌경쟁시대의 승자의 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에너지절약은 국내적인 요인보다는 지구환경이라는 보편적인 가치의 보호수단으로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 에너지절약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에너지경제연구원 고문>에너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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