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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 부는 바람 ‘복고와 향수’/일제시대에서 70년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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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 부는 바람 ‘복고와 향수’/일제시대에서 70년대까지

입력
1997.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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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소재 당시 노래도 등장/‘다양성’ 평가 한켠엔 “실험요소 없는 뮤지컬·신파뿐”/보고지고 보고지고 또 보고지고·울고넘는 박달재·겨울 나그네방송 드라마, 대중가요, 패션, 먹거리 등에 이어 연극에도 복고바람?

종류도 다양하다. 정극을 표방한 「보고지고 보고지고 또 보고지고」, 악극 「울고넘는 박달재」, 그리고 2월14일 공연 예정인 뮤지컬 「겨울나그네」 등. 아우르는 시대도 멀리 일제시대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두루 걸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중인(23일까지) 악극 「울고넘는 박달재」는 「번지없는 주막」(93년), 「홍도야 우지마라」(94년), 「굳세어라 금순아」(95년) 등에 이은 극단 가교의 악극 시리즈 네번째 작품. 「복고가 아니라 퇴행이다」라는 일각의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가요 「울고넘는 박달재」에서 소재를 빌어온 이 작품은 주인집 아들 준호와 하인 신분의 금봉 간의 2대에 걸친 애절한 사랑과 인생유전을 그리고 있다.

「보고지고…」는 중견연극인 장순안씨가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전통가요를 소재로 한 것은 「울고넘는 박달재」와 같지만 정극을 표방한 것이 다르다. 「갑돌이와 갑순이」로 잘못 알려져 있다는 「박돌이와 갑순이」를 원로 가요평론가 황문평씨의 고증 하에 연극화했다. 1930년대 유행했던 막간극과 45년 이전에 유행했던 「타향살이」, 「화류춘몽」, 「사의 찬미」 등 10여 곡의 막간 노래가 아기자기한 양념으로 재미를 더해준다. 31일까지 대학로 파워소극장. (02)335―4811.

2월14일 초연을 앞두고 마무리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겨울나그네」(에이콤 기획)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적 멜로의 한 전형을 보여준 최인호의 동명 원작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져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신선한 추억」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재구성해보겠다는 극단 측의 이야기. 3월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0―1234.

「복고」와 「향수」를 내세운 연극들답게 주관객층은 40대 이상이다. 20, 30대 관객들과는 다른 감성구조를 갖고 있는 이들은 공연 때마다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연극 대사에 맞추어 「어이구, 저를 어째」나 「올커니 잘 한다」 식의 추임새를 넣거나, 노래 장면에서는 장단을 맞추며 따라부르기도 한다. 문화적 배려를 제대로 못받아온 이들 중장년·노인층 관객들이 모여 앉아 한바탕 놀이판을 연출하는 모습은 확실히 이들 「복고」 연극만이 가진 따스한 미덕이다.

이처럼 소외된 관객층을 위한 연극적 다양성이라는 긍정적 평가의 한편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어려운 연극계 상황을 정면돌파하지 않고 에둘러가는 또 하나의 편법에 불과하다는 것. 『연극적 다양성의 실현이라는 대목을 십분 인정하지만, 연극의 기본은 정극에 있다. 참신한 연극적 실험은 없이 온통 뮤지컬과 신파뿐인 최근 상황은 확실히 문제』라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중견 연극인은 말했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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