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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보잉 바싹쫓는 에어버스/‘21세기 하늘따먹기’ 불꽃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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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보잉 바싹쫓는 에어버스/‘21세기 하늘따먹기’ 불꽃접전

입력
1997.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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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MD합병 여세 초대형기 개발로 ‘굳히기’/에어버스­생존위기속 체질개선·합종연횡 ‘승부수’『미래의 창공을 장악하라』

21세기 민항기시장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보잉사와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이같이 외치며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두 회사는 조만간 닥칠 사활을 건 세계민항기 시장쟁탈전에 앞서 몸불리기와 체력단련에 들어갔다.

현재 민항기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회사는 보잉사. 보잉사는 세계민항기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민항기 시장의 10%를 점하고 있는 맥도널 더글러스(MD)사를 인수·합병해 자신의 점유율을 70%로 높였다. 보잉사는 MD의 합병을 계기로 민항기 독과점체제 강화와 함께 MD의 주요영역이던 군용기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보잉사의 유일한 경쟁상대였던 유럽의 에어버스사에게 보잉의 MD 합병은 자신의 존립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적색경보이다. 2000년까지 민항기시장의 50%를 차지하겠다고 공언했던 에어버스사는 이제 생존을 위해 체질개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세적 처지로 몰렸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의 4개국 항공사가 공동출자해 출범한 에어버스사는 그동안 지적되어 왔던 재원조달의 어려움, 복잡한 의사결정과정, 중복투자 등 컨소시엄의 한계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에어버스사는 13일 이같은 허약한 체질 보강을 위해 현재의 컨소시엄방식에서 99년말까지 에어버스사의 법적 지위를 주식회사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또 미군용기시장에서 「보잉―MD」와 수위자리 경쟁을 벌어야하는 록히드마틴사와의 협력방안도 모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몸불리기와 체력단련에 들어간 보잉사와 에어버스사간의 격전은 초대형기 개발과 수주전으로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보잉사는 69년 등장이후 경쟁기가 없는 「보물단지」 B747 점보기를 앞세워 현재 400석 이상의 대형기 시장을 완전히 휩쓸고 있다. 보잉사는 대형기 시장의 아성을 더욱 굳힌다는 계획에 따라 550석 내외의 대형기 개발에 착수했다. 반면 보잉사의 독주 불가를 외치는 에어버스사는 설립이후 숙원이었던 보잉사 독점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80억달러의 개발비를 대형기생산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두회사의 이같은 대형기 시장 쟁탈전은 판매대수와 금액에서 비중이 높은 중·소형기 시장로까지 이어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보잉사와 에어버스사는 앞으로 20년간 1조1,000억달러로 예측되는 항공기시장을 놓고 사활을 건 싸움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항공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두 회사의 최대격전지는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아시아가 될 것이 확실한데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각국의 민항기수요를 놓고 두 회사의 판매경쟁은 불꽃을 튈 것이다.<조희제 기자>

◎2000년대 최대시장은 ‘아시아’/항공기 수요 매년 10% 성장… 전세계 이용객 절반 넘어설듯

아시아의 항공기 수요는 매년 10% 증가하고 있어 20년내 세계 최대의 항공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보잉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20년내 1만5,000대(1조1,000억달러상당)의 민간 항공기판매가 예상되며 이중 아시아 지역에서만 3,800대(5,000억달러상당)의 신규 항공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90년대 초에는 세계 항공산업이 불황을 겪었으나 95년부터 항공기 수요가 회복세에 들어 2015년까지 매년 5.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경우 매년 7.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항공관련 전문가들은 또 아시아지역의 여객기 이용객이 2000년께 92년의 2배 수준인 2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후 10년동안에도 매년 7.1%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추세에 따르면 80년대 북미 유럽에 이어 3위에 불과했던 아시아 항공운수시장이 2010년께는 전세계 이용객의 절반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항공시장에 대한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의 판매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잉사는 아시아지역 시장에서 전체 주문의 80%를 차지하며 우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보잉사의 최신형 보잉777은 에어버스의 경쟁기종인 A-330과 A-340을 압도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최서용 기자>

◎보잉사 필립 콘디트 회장/사업다각화·경쟁력강화로 민항·군용기시장 완전석권 야심

지난해 초 세계 최대의 항공제작회사 보잉사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필립 콘디트(55)는 항공산업계에 혁명을 초래한 주인공이다.

보잉사는 그동안 민항기 시장에서는 유럽의 에어버스사의 맹렬한 추격을 받아왔고 군용기 시장에서는 미국 최대의 군수업체로 발돋음한 록히드 마틴사의 독주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콘디트의 보잉은 지난해 신형 보잉777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16%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데 이어 연이은 방산업체 인수·합병으로 직원 20만명, 매출액 480억달러의 초대형 기업으로 변신했다.

콘디트는 지난해 12월 B1폭격기와 아폴로 우주선을 제작했던 록웰사와 항공우주 방산업체 맥도널 더글러스(MD)사를 각각 30억 달러와 130억 달러에 인수·합병함으로써 21세기의 하늘을 제패하려는 승부수를 띄웠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위험부담을 줄이고 록웰과 MD의 첨단 기술력을 흡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콘디트는 민항기 시장에서 350∼500석의 대형기를 중심으로 한 우위를 지키면서 중·소형기 개발과 2003년후 민항기 시장을 좌우할 500석이상의 초대형 여객기 개발 계획을 선도, 항공시장을 완전 석권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특히 2001년에 최종 결정될 미국 차세대전투기 사업(일명 합동타격전투기사업 JSF)을 수주함으로써 민항기와 군용기 시장을 모두 석권한다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JSF는 2030년까지 미 해공군 및 해병대용 전투기 3,000대를 조달하는 1조 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방산계약으로 보잉과 록히드 마틴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항공기설계 엔지니어로 입사해 32년만에 「공룡기업」 보잉의 사령탑에 오른 콘디트는 합병후 시애틀과 세인트루이스 캘리포니아 등에 분산된 공장들을 통합, 효율적인 통제체제를 재확립하는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최서용 기자>

◎에어버스사 장 피에르송 회장/“기업 효율성만이 살길” 강조/주식회사전환 이끈 ‘미스터 에어’

컨소시엄형태를 주식회사로 전환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에어버스 인더스트리사의 획기적인 개혁방안 발표는 다시금 장 피에르송(57) 회장의 존재를 부각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12년째 에어버스사를 이끌어오며 「미스터 에어 버스」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단일 기업의 효율성을 갖추지 않고는 에어버스는 추락하고 만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강인한 외모에 프랑스 서민들이 피우는 독한 담배 「지탕」을 물고 속사포처럼 달변을 쏟아내는 그의 추진력 덕에 사공많은 에어버스사가 「항로」를 잃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에어버스사는 총 2,000대 판매기록을 돌파했다. 특히 보잉사의 안방인 미국에서 유에스 에어와 항공기수주 사상 최대규모인 400대 공급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잉사에 커다란 치욕을 안겼다.

보잉사는 지난해말 맥도널 더글러스사와의 합병을 전격 발표, 민항기 시장 확보전쟁에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한달만에 나온 에어버스사 주식회사 전환방안은 도전에 부닥친 피에르송의 즉각적인 응전인 셈이다. 회사구조개혁과 함께 피에르송 회장은 중국 한국 등 아시아시장 진출, 최대 800명을 탑승시킬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 개발 등을 통해 보잉사와의 피할 수 없는 한판대결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싸움은 후임자가 맡게 될 전망이다. 피에르송 회장은 올해말 임기가 끝나면 회사를 떠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가 94년 타회사 이적의사를 밝혔을 당시 아에로 스파시알을 비롯한 4개 컨소시엄 구성회사들은 3년만 더 맡아달라며 붙잡았었다. 더이상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그의 공백을 메울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피에르송 회장은 프랑스 국립 항공우주학교를 졸업한뒤 곧바로 63년 아에로 스파시알의 자회사에 입사하면서 항공업계에 투신한 전문경영인으로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았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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