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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기석씨의 ‘지붕밑의 작은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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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기석씨의 ‘지붕밑의 작은 우주’

입력
1997.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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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기가 살아숨쉬는 공간/‘사람의 심성과 환경의 어울림’/유기체 건축관 역설/부뚜막은 우리의 자랑거리/부엌은 가정의 가장 소중한 공간집 한칸 갖는 게 소원인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다. 갖고 나면 꾸미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그 때 집에는 문화가 생긴다. 그러나 꾸민다는 것, 문화라는 것의 허울을 벗겨낼 때야 비로소 진정한 집의 개념이 도출된다. 사람이 숨 쉴 수 있는 집, 인간의 기가 살아나는 집. 그런 집이 진짜 집이다.

건축가 김기석씨.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홍익대 앞으로 가보라. 지금은 신세대의 소비공간이 돼버렸지만 홍익대에서 극동방송국에 이르는 「피카소 거리」에는 참으로 편안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다. 이 아름다운 연작 건물들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그이다.

그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사는 사람의 심성과 주변환경이 어우러지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좀 어려운 말로 「유기체 건축관」이라 하지만 「사람의 기를 살려주는 집」 정도로 이해하면 될 성 싶다.

「건축가 김기석 집이야기 전집」(전 4권)중 첫번째로 나온 「지붕 밑의 작은 우주」(살림 간)는 중견 건축가인 그의 건축관이 부드러운 문장 속에 들어있다. 그는 74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인간을 감싸온 집의 역사, 인간의 삶의 환경과 조응하면서 변모해온 여러 나라 건축의 특성, 우리나라 가옥구조만이 갖고 있는 독특함을 차례차례 풀어놓는다.

『동물들의 DNA 속에 남아 있는 주거의 설계도는 우리의 DNA 한 구석에도 희미하게나마 저장돼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집에 대한 애착은 본능적이라는 이야기다. 아파트의 기원은 이집트이며, 로마에는 「인슐라」라는 10층짜리 집합주택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어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고 그는 말한다. 난세에는 탑 모양의 방어적 주거구조가 있었다며 사는 모습이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 왔음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부뚜막 문화」는 지은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 주거문화의 자랑. 동북방 몽골족 특유의 문화인 부뚜막 문화는 열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솥 3개를 걸어놓는 식의 수평선 작업대를 낳았는데, 서양에서는 이런 구조가 19세기에야 나왔다는 것.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부엌을 가정의 가장 소중한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의 건축철학의 핵심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발코니 문화」를 들어 우리 건축문화가 너무 획일화했다고 꼬집는다. 서울의 발코니는 마치 유리창을 달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발코니를 발코니답게 이용하는 것은 꽃을 매달거나 혹은 비키니 차림으로 일광욕을 하는 그런 「부드러운 일」이라고 충고한다.

그가 무엇보다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생명체를 포괄하는 우주 공간을 집으로 표현하는 일, 즉 기가 살아 숨쉬는 공간을 창출하는 일이다. 중국에서 기공사 자격증을 따기도 한 그는 수맥, 방위, 향 등의 개념을 들어 「사람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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