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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안익태작곡상 대상 이신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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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안익태작곡상 대상 이신우씨

입력
199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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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학 아우르며 고대음악 살려내/각종 국제대회 입상경력 촉망받는 신예/“작곡은 음악성 뿐아니라 정신력도 중요”제4회 안익태작곡상은 일찍부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아온 2명의 여성작곡가에게 돌아갔다. 대상의 이신우(27), 가작의 이현주(28)씨는 서울대 음대 작곡과 선후배 사이로 이신우씨는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이현주씨는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 각각 작곡 박사과정의 마지막 몇 달을 남겨두고 있다. 이들의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조금도 손색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신우씨는 서울대에 다니던 91년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주최 세계음악제에 사상 최연소로 입상,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이다. 범음악제, 서울음악제 등 국내 주요행사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지와 일본에서 여러 차례 작품을 발표했고 가우데아무스 국제콩쿠르 등 수상 경력도 많다.

이번 수상작인 「시편 20」은 기원전 1010년 경 이스라엘 민족이 암몬족과의 전쟁을 앞두고 하나님께 승리를 간구하는 노래인 「시편 20편」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텍스트 자체에 대한 종교적·문학적 고찰 외에 고대 히브리음악에 대한 연구를 결합, 고대음악의 형태를 현대 오케스트라로 살려낸 곡이다. 자료조사와 준비에만 꼬박 6개월을 바친 뒤 2년 가까이 걸려 완성했다고 한다. 작품은 2악장으로 되어있다.

『1악장이 텍스트 구조의 히브리적 표현이라면 2악장은 텍스트 의미의 현대적 해석입니다. 20편 7절에 보면 전차나 말 같은 병기를 믿기보다 신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병기가 화려한 세속적 유혹이라면 믿음은 겉보기엔 약하지만 진실로 강한 힘이지요. 2악장에는 전차, 말, 믿음을 각각 상징하는 세 개의 단편을 설정했습니다. 바순 호른 비올라의 트리오가 믿음을 표현합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세 악기를 내세워 다른 두 단편과 대항케 한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1악장에 사용한 음악적 요소를 가져다 변형했습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대 작곡과 학생이던 재독 작곡가 진은숙씨에게서 피아노를 배우면서 작곡에 눈을 떴다.

좋은 작곡가는 음악성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학 역사 미술 등 인문학적 교양이 필요하고 특히 정신력이 중요합니다.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붙잡고 놓치지않고 견뎌야 하기 때문이지요』

현대음악 전문연주단으로 정평있는 네덜란드의 아스코앙상블이 그에게 작품을 위촉, 올 가을 서울서 열리는 ISCM 세계음악제에서 연주할 계획이다. 작곡가로는 올리비에 메시앙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기악곡을 주로 썼는데 앞으로 인성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어 한다.

가작인 이현주씨의 「12개의 창문을 통한 빛」은 로마 여행 중 「예루살렘의 창문들」이란 마르크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보고 얻은 감동의 결실이다. 그는 국내외 주요 음악제에서 작품을 여럿 발표했고 90년 아시아작곡가연맹 청년작곡가상을 받는 등 신진작곡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컴퓨터음악 작업을 하고 있으며 언젠가 실험적인 소규모 앙상블 오페라를 쓰는 게 꿈이다.<오미환 기자>

◎심사평/수준 급상승… 우리 작곡계 앞날 밝아/방대한 구조 치밀하게 풀어낸 ‘시편20’ 탁월

제4회 안익태작곡상 응모작을 심사하면서 심사위원들은 큰 기쁨을 느꼈다. 우리에게도 이제 수준높은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곡가가 많아졌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실내악에 비해 대편성 오케스트라 곡을 쓰기란 퍽 힘든 일이어서 그동안 관현악곡으로서 일정 수준을 갖춘 응모작은 7∼8편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금년 응모작은 21편이나 되는데다 작품의 질도 비교할 수 없게 좋은 것이어서 이 상이 국내 창작계에 큰 영향력을 갖게됐다.

1월7일 예선심사에서 김윤기의 「악마의 사슬」, 김봉호의 「세광」, 이현주의 「12개의 창문을 통한 빛」, 이신우의 「시편 20」 등 4편이 통과됐다. 모두 대편성의 관현악곡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구조 면에서 뛰어났다. 14일 본선심사에서 이현주와 이신우의 작품이 입상작으로 선정됐고 영예의 대상에는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이신우의 작품이 결정됐다.

이현주의 「12개의 창문을 통한 통한 빛」은 12개의 주제와 7개의 단편으로 되어있으며 12개의 주제는 서로 다른 중심음을 갖고 있다. 그 주제들은 마지막 섹션에서 결합·용해되어 하나의 거대한 우주로 발전하는데 이러한 뛰어난구성에서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다.

대상 수상작인 이신우의 「시편20」은 우선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구조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헤테로포닉(heterophonic)한 복잡한 선율을 조금도 빈틈없이 치밀하고 명료하게 펼칠 뿐 아니라 그 전개방법이 매우 독창적이다. 그러한 기능적 뛰어남과 더불어 음악적 풍성함과 그 안에 내재된 예술성이 더욱 돋보였다.<정회갑 심사위원장>

◎심사경위/총 응모작 21편중 4편 본심에 올라/심사위원 순위합산 만장일치로 대상 결정

제4회 안익태작곡상 심사는 1월7일 예심과 14일 본심 등 2차례에 나누어 이뤄졌다. 예심에서는 총 응모작 21편을 놓고 입상 가부를 검토, 심사위원 3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작품 4편을 골라냈다. 본심은 심사위원 각자가 이 4편의 순위를 매긴 다음 합산했다. 그 결과 심사위원 전원이 이신우의 작품을 1위에 매김으로써 만장일치로 대상이 결정됐다. 나머지 세 작품 중 순위 합산에서 두번째가 된 이현주의 작품은 대상에는 못미치나 탈락시키기엔 아깝다는 견해에 따라 가작으로 선정했다. 이 상은 대상 한 편을 뽑되 필요할 경우 가작을 줄 수 있게 되어있다. 지금까지 1회, 3회 때는 가작 없이 대상 각 1편, 2회 때는 대상 없이 가작 1편이 선정됐다.

◇제4회 안익태작곡상 심사위원=정회갑(서울대 명예교수) 김정길(서울대 작곡과 교수) 나인용(연세대 작곡과 교수) 이영조(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강석희(서울대 작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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