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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재취업 전략/고실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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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재취업 전략/고실업시대

입력
1997.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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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준 낮춰 중소기업에도 관심을/조급하게 취업했다간 낭패/“다시 일하겠다” 의욕갖고 자기능력 펼칠 수 있는곳 노크/옛직장과 비교는 절대 금물『창업도 어렵지만 대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눈을 낮춰야 해요. 구직을 위해 찾아 오는 전문인력에게 새벽에 우유나 신문배달을 해보라고 권유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고급인력정보센터의 전대길 소장은 퇴직자들이 개인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한단계 낮은 직장에라도 재취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합니다. 사업은 어음 한장 잘못 받으면 망하는 것이고 음식점도 목이 안 좋으면 보증금 회수조차 어렵죠. 한 직장에서 오래 있던 사람은 대부분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합니다. 자신을 알아 주는 중소기업이 있다면 주저말고 참여해 능력을 펼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는 실직자 재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구직자와 구인업체의 관심이 다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구인업체는 대부분 중소 제조업체인데 구직에 나선 실직자들은 대규모 조직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화이트칼라 일색이라는 것이다. 경총 고급인력정보센터에 구인을 신청한 중소기업의 전문인력 수요는 1,750명을 넘지만 실제 취업한 사람은 126명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부 고용관리과 이상복 사무관도 비슷한 의견이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업체는 대개 기능직 근로자가 대부분인 중소기업이고 사무직이라도 여러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재취업을 원하는 화이트칼라 출신은 자신의 분야만 고집합니다.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이지요』

전문가들은 화이트칼라 실직자가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지켜야할 점이 있다고 충고한다. 우선 전에 몸담았던 직장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조직을 대기업과 비교하는 사람은 새직장에서 결코 오래 버틸 수 없다.

새 직장에서 지방근무를 권유한다고 바로 사표를 내는 케이스도 있다. 복지후생 수준이 전회사의 절반도 안된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재취업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직장에서 밀려났다는 컴플렉스에 빠지거나 평생을 지켜온 자존심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시 일하겠다는 의욕이다. 전대길 소장은 이렇게 충고했다. 『중소기업에 들어가려 해도 5번 이상의 면접을 거쳐야 합니다. 눈빛이 죽어 있고 걸음걸이에 힘이 없는 사람이 눈에 들리가 없지요. 의욕을 갖기 위해서는 건강에 신경쓰는 동시에 실력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취업알선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경총을 비롯, 노동부와 각 지방노동청이 설치한 인력은행 등을 이용하면 된다. 각 매체의 광고를 꾸준히 스크랩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인력은행 등에 들어와 있는 구인신청은 단순 기능인력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구직자가 찾는 업체와 직종이 부족할 때가 많아 참 안타까워요. 조급한 마음에 우선 아무 자리에나 취업했다가 그만두고 다시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수준을 낮추고 조금 느긋한 기분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일할 기회가 분명히 주어집니다』 서울인력은행 권영옥 전문상담원의 경험담이다.<이상연 기자>

◎사기꾼들 퇴직자 노린다

명예퇴직자를 비롯한 실직자들은 조그만 가게 하나를 여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걸림돌에 부닥친다. 이들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설치고 있어 「퇴직자는 봉」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이다.

「무자본 사업」이라고 선전해 회원가입비 등을 받아 가로채기도 하고 취업을 미끼로 회사채 구입을 강요해 놓고는 회사자체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또 체인점 가입비나 경영지도비 명목으로 거액의 보증금을 받은 후 달아나는 사기꾼도 많아 개인사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상가 분양이나 임대와 관련한 사기는 한번 걸려들면 퇴직금 전부를 날려 버릴 만큼 피해가 심각하다. 미분양 상가를 대단한 것인양 선전해 속이는 것이 가장 흔한 사기 유형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변인구 통행량 구매층 등을 꼼꼼히 확인한 뒤 계약할 것을 권하고 있다. 상가 홍보전단을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당 수수료를 받는 용역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이들의 말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면적이나 권리금을 속이는 사례도 흔하다. 면적을 반올림해서 계산해 분양가를 높이거나 임대일 경우 2배 이상의 권리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계약전에 시·군·구청에서 건축물 대장과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을 떼 실제면적과 전용율, 지주 및 건물주, 도시계획 포함 여부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등기부등본을 떼 가등기나 담보대출 현황을 알아보는 것도 필수적이다.

권리금의 경우 1주일 가량 상가 주변에서 고객수나 판매액 등을 살펴보고 지불해야 한다. 이때 같은 상가라도 층수에 따라 판매액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계산해야 한다. 또 이전과 전혀 다른 업종을 개업하면 시설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컨설팅의 김성일 컨설팅부장은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다 퇴직한 사람들은 그 후유증으로 별다른 마음의 여유없이 창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간여유를 갖고 치밀한 준비와 사전지식을 갖추어 새출발해야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충고했다.<이상연 기자>

◎재취업 알선 제구실 못해/대부분 경비·기능직,사무직엔 도움 안돼/직업교육 창구 다양화·인력은행 확대 필요

『현재 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서 실직자들에게 재취업 정보를 제공하거나 일자리를 알선하는 민원창구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실제 재취업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고급인력도 사정이 나쁘니 평범한 실직자는 어떻겠습니까』

지난해 10월 S기업에서 권고사직한 뒤 3개월여동안 새 직장을 구하다 포기하고 현재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Y(49·서울 광진구 중곡동)씨는 『당국의 구직알선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대부분 경비업체나 기능직을 소개하기 때문에 사무직 실직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에 머지않아 실직 한파가 밀려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는 가운데 실직자를 대상으로 재취업을 알선하거나 직업교육을 해주는 창구가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기업도 하나의 경제주체인 만큼 실직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새 노동법이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는 하지만 축적된 업무 경험을 가진 조기 퇴직자를 그냥 놀릴 경우 그 또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용보험제가 실업수당만 주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재취업을 알선하거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지요. 현재 이 두가지 기능은 거의 도외시되고 있습니다』 김유선 민주노총 정책국장의 지적이다. 그는 『정부는 기업과 공동으로 공공 직업소개소 및 훈련기관을 다양하게 설치해 재취업을 돕는 한편 실업수당의 수혜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 실질적으로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김병창 본부장은 색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직자들의 재취업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노동부가 몇몇 광역자치단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인력은행을 예로 들 수 있지요. 이런 움직임이 기초자치단체에까지 확대돼 재취업을 알선하는 인재뱅크가 운영되면 좋겠지요. 구인·구직 정보를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야지요』

노동부의 전진희 고용정책과장은 『기업도 무조건 감원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부서 재배치, 일시휴직, 노동시간 단축 등 운영의 묘를 발휘해 실직자를 양산하지 않는 「해고회피 노력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과장은 『현재 노동부 지방사무소와 인력관리공단 등 전국 218곳에 취업전산단말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구인·구직정보를 제공하는 자동응답 전화기도 설치했다』고 말했다.<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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