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아래 잠겨있던 삼성의 쌍용자동차 인수설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으로 공론화됐다. 발언의 요지는 『기업간 인수합병은 정부가 간여할 바 아니지만 여기에 장애가 있다면 세제지원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원배경으로 자동차업체의 과다한 설비투자와 공급과잉을 꼽았다.불과 두어달전 정부는 현대의 제철투자에 대해 「월권」시비를 일으키면서까지 예의 「공급과잉」논리를 들어 이를 무산시켰다. 산업수급문제에 관한 이같은 논쟁은 삼성이 자동차에 신규진입하던 94년말에도 있었다. 기존업체는 물론이고 협회, 민간연구소까지 지금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공급과잉」을 들어 삼성자동차를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입장은 지금과는 판이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의사결정에 간여할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게 이유였다. 그리고 『공급과잉이라고 주장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말도 했다.
2년이란 시차를 두고 생긴 세가지 사례를 곰곰히 살펴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민간자율성」을 그토록 소리높였던 정부가 굳이 나서서 현대의 일관제철사업 진출을 극구 반대한 것은 무엇이며, 「공급과잉이 아니다」는 주장이 2년후 산업붕괴를 우려할만큼의 공급과잉으로 돌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이제와서 무리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까지 「특혜성 세제지원」을 운운하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다.
2년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단견의 소산이라면 일과성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현령비현령식의 정부정책을 보면 앞으로 또 어떤 해괴한 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 현대제철사업을 삼성자동차처럼 풀었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정부가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허가해주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지금처럼 『산업효율성에 장애가 된다면 정부가 나서겠다』고 말이다.
2년도 안돼 합병할 것을 왜 허가했는지 정부는 지금이라도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 병주고 약주는 식의 경제정책도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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