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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노영심의 ‘꿈’/물체극과 피아노의 만남(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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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노영심의 ‘꿈’/물체극과 피아노의 만남(공연리뷰)

입력
1997.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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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살아난듯노란 스카프에 동그란 눈을 가진 어린왕자 인형이 모래 바닥을 건드리자 장미꽃이 솟아났다. 줄인형을 조종하던 이영란이 어린왕자를 눕히고 모래에 그림을 그린다. 모래 밑엔 조명판이 있어 선을 그을때마다 빛이 쏟아진다. 쓱쓱 긋기만 하면 빛그림은 코끼리가 되고, 코끼리를 삼킨 보아 구렁이가 되고, 네모난 상자도 된다. 천장에서 모래비가 내리고 사막에서 녹색 물이 솟을 때 드뷔시의 피아노곡이 흘러나온다. 연주자는 노영심이다.

음악을 공부하고 부단히 대중적 장르를 넘보는 노영심과 조각을 전공하고 물체극에 전념하는 이영란이 낯선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공연 「꿈」(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보고 있노라면 동화적 환상속으로 여행한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소녀적 낭만이 행복하게 동반하는 여정이다. 모티프가 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인형과 찰흙 등 정감어린 오브제를 통해 무대 위에서 살아났다.

피아노, 안면도의 모래 2톤, 꽃 30송이, 60㎝의 줄인형, 두께 6㎜의 종이인형 몇 개, 물 3리터, 그리고 빛과 그림자로 표현된 양식이 다소 사춘기적이지만 단아한 절제미를 갖추고 있다.

이런 엉뚱한 일을 도대체 왜 시도했느냐는 물음에 노영심이나 이영란, 연출자 이종일은 한결같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다. 드뷔시의 곡들은 드라마를 통해, 모래 물체극은 음악의 정서를 얻음으로써 『어른들도 꿈을 꾸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요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장르간의 만남에 대단한 무게가 실린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장르나 제3의 표현언어를 낳는 실험이 되지는 못했다. 공연 당사자들도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대신 건진 것은 자유로운 발상이다. 전범없음에 개의치 않는 용기 덕분에 클래식과 물체극의 낯섬 또는 난해함은 보다 대중적으로 순화했다. 틀에 얽매인 공연감상을 해 온 관객들은 잠시 꿈을 꾸는 모습이었다. 살아 움직이는 동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체험이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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