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막배경 러브스토리/작품상 강력한 후보 떠올라비극적이며 정열적인 러브 스토리 「영국인 환자」(The English Patient)가 비평가들의 격찬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제 69회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로 강력히 부상하고 있다.
스리랑카 태생의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쉬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전쟁과 사막을 배경으로 사랑의 치명적 운명성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감독하고 각색한 영국인 앤터니 밍겔라는 소설의 복잡한 구성을 산뜻하게 정리하면서 글속에 깊이 파묻혀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파내 놓고 있다.
헝가리 귀족 출신의 고독한 탐험가인 알마시(레이프 화인즈)와 그의 동료의 아내로 버들처럼 우아한 캐서린(크리스틴 스캇 토마스)간의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사랑. 사랑은 사하라 사막의 열기와 2차대전의 전쟁 탁류에 휘말려 피치 못할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이 두사람의 정열적인 로맨스에 대응해 캐나다 태생의 간호병 하나(줄리엣 비노쉬)와 인도계 영국군 공병의 부드러운 사랑이 서늘한 공기를 자아낸다. 여기에 도둑 출신 스파이 카라바지오(윌렘 데포)가 함께 섞인다. 모두 전쟁터의 희생자들이다.
소설을 창조적으로 각색한 밍겔라 감독은 대하 서사적 규모와 섬세하고 내밀한 감정을 연금술사의 마력으로 합금하고 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원작은 사막을 무대로 벌어지는 모험과 위험, 충성과 배신 그리고 용서와 치유를 전쟁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러브스토리.
얼굴과 온몸이 숯덩어리처럼 불에 탄 영국인 환자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타오르는 관능미와 침묵처럼 깊은 비극성을 공유하고 있다. 사막에서 점화된 이루지 못할 사랑이 고독한 사막의 동굴 속에서 세계종말같은 비극으로 끝나고 있다.
작품속의 주인공 알마시는 실제인물을 모델로 했다. 알마시는 모험가이기는 했으나 동성연애자였으며, 나치 독일의 사막전 영웅 롬멜 원수로부터 철십자 훈장을 받은 독일 첩자였다.
「영국인 환자」는 LA타임스와 뉴욕 타임스, 타임지에 의해 각각 96년도 최우수 영화로 선정됐다. 이 영화는 또 작품, 감독상 등 7개 부문에서 할리우드 주재 외신기자협회가 주는 골든글로브상 수상 후보로 올랐다.<박흥진>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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