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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불이미’의 교훈/정종택 전 환경부장관(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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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불이미’의 교훈/정종택 전 환경부장관(아침을 열며)

입력
1997.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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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옛 기록인 예기 단궁 하편에는 일호구삼십년이라는 말이 있다. 여우가죽 한 벌을 30년동안이나 입었다는 뜻이다. 좌전에는 식불이미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식사를 할 때 반찬을 두 가지 이상 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담자의 화서편에는 개개인이 절약하면 부자가 되고 국가가 검약하면 부강해진다는 검어사가이획부라는 구절도 있다. 한결같이 근검절약을 실천하고 가르친 선현들의 말씀이다.개인이나 국가나 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이 과연 선진국의 국민에 걸맞는지는 의심스럽다. 최근 사회적인 관심사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쓰레기종량제 실시 이후 재활용품이 크게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쓰레기발생량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음식물쓰레기만은 줄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이 버리는 생활쓰레기는 하루 평균 4만7,000톤이고 이 중에서 음식물쓰레기는 32%나 된다. 대부분 매립처리되는 음식물쓰레기는 우리 국민의 국물선호 습성으로 수분함량이 80%가 넘는다. 이 때문에 매립지까지 수거·운반하는 과정에서 쉽게 부패돼 악취가 나고, 침출수가 발생해 지하수와 하천 토양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매립지 인근 주민들의 고통도 말이 아니다.

정부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문제를 놓고 소각하느냐, 퇴비나 사료로 활용하느냐는 등 고심하고 있다. 생활쓰레기를 매립방식에서 소각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해도 음식물쓰레기가 너무 많이 발생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소각을 하자니 소각장의 입지와 예산도 문제지만 수분함량이 많아 소각로의 열효율을 떨어뜨려 보조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보조연료를 사용하면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 따라서 악취와 침출 수 때문에 매립하는데도 골칫거리이고, 소각에도 부적합한 음식물쓰레기는 근원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대표적인 식량수입국인데도 매년 엄청난 음식물 자원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해마다 농산물의 7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에 따른 물류비용도 엄청나다. 막대한 외화와 비용을 들여 수입하는 연간 8,900만석의 곡류중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만 해도 연간 10조원이 넘어서 나라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구촌 일각에는 아직도 굶주림에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말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12개 부처 합동으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및 민간 부문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는데 모든 행정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전체의 의식전환과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는 푸짐한 음식상을 차려 아까운 음식물을 버리는 관행은 바꾸어야 한다. 진수성찬을 차려 손님을 대접하던 관습은 더 이상 미풍양속이 될 수 없다.

환경오염도 막고 귀중한 식량자원의 낭비도 줄이는 방법은 음식물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검소한 식생활문화를 정착시키는 길 밖에 없다. 근면한 독일국민들은 음식물쓰레기로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처럼 음식물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과 굶주림의 「보릿고개」를 경험한 국민이다. 흥청망청 먹다 버리는 자세로는 선진국민이 될 수 없다. 근검절약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환경을 살려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모두가 『알맞게 먹고 남기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식불이미」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한국정치발전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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