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유혹에 중독상태 이르면/신체·정신적 후유증 인생 망쳐우리나라의 알코올중독자 수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면 놀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류 판매량과 수입량 규모를 알고, 술에 대해 관대한 우리 문화를 생각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가령 사무실에서 사무적으로 처리할 일을 「술 한 잔」 대접하면서 「인간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관습이 음주를 합리화하는 요인의 하나이다. 지난해 말 송년회때 「인간적」이라는 족쇄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신 사람들은 피곤 무력감 등의 후유증을 지금도 기억할 것이다. 「인생이 뭐 그런거지」하는 자포자기적 변명을 하거나, 광대노릇을 한 것같아 씁쓸한 느낌이 든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애주가 부인의 푸념처럼 쓴 술이 뭐가 좋다고 그리 마시는가.
그것은 술이 주는 「다행감」이라는 매력 때문이다. 술은 뇌에 작용하는 신경안정제 또는 히로뽕과 같은 향정신성 물질의 하나이다. 술은 「생각하는 기관」, 즉 뇌를 마비시킴으로써 즐겁고 행복한 「착각」을 제공한다. 이 착각이 계속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술을 마신 후에는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이라는 문제가 배신자처럼 찾아온다. 술은 당장 간 위장 췌장 뇌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술마신 날 밤에 흔히 겪는 구토 복통 피로감 기억상실증 등은 그 즉각적인 후유증이다.
장기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면 신체쇠약, 간경화, 뇌손상에 의한 치매 등이 올 수 있다. 정신적으로는 총기가 없어지고, 무책임해지며,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성격이 거칠고 난폭해지기도 한다. 일단 술에 중독되면 끊기가 어렵다. 한 번 알코올중독자라는 이름을 얻으면 사회에서도 배척당하게 된다. 「포도주를 약간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따위의 유혹도 있으나 여기에 넘어가선 안된다. 술은 술을 부르고, 결국 인생을 망치게 된다. 또 술은 담배를 부르기 마련이다. 술과 담배는 건강을 해치는 사악한 동반자이다.
따라서 올해에는 단연코 술을 끊거나 줄여 건강과 가정을 지키도록 하자. 쾌락 뒤에는 복수의 여신이 도사리고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자. 절제는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이 말은 의학적으로도 진실이다.<민성길 연세대 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과장>민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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