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기업은 교육훈련 과감한 투자/지속적 물가안정 등 공동노력 필요내로라하는 건설업체인 S사는 최근 현장근로자들에게 적용해 온 임금지급기준을 아예 폐기했다. 현장근로자들이 요구하는 임금수준이 워낙 높아져 80년대부터 매년 소폭 인상해 온 「낙후된 임금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인력을 구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대신 현장소장이 지역실정과 인력수급상황에 맞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허용해 인력수급에 숨통이 트였다. S사가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목공전문인력에게 지급하고 있는 일당은 8만원(8시간 근무기준). 2∼3시간 초과근무할 경우에는 일당이 10만원을 넘어선다. 2만5,000원의 일당을 지급했던 88년과 비교하면 9년만에 4배이상 오른 셈이다. 이 회사 노무당담자는 『최근 10년간 사무직 임금은 2∼3배, 현장근로자는 4∼5배 인상됐다』면서 『그러나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향상됐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고임금구조는 S사와 같은 건설업체들의 고민만은 아니다. 거의 모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임금은 80년대말 이후 폭등을 거듭해 오면서 업종간의 연쇄적인 임금상승을 가져와 제조원가를 턱없이 높이고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임금의 절대적 수준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다. 9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제조업근로자의 평균임금(월급 기준 1,273달러)은 일본과 미국의 절반 수준이며 대만과 싱가포르보다는 월평균 150달러 정도 높다.
이처럼 임금의 절대수준은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경쟁국에 비해 임금상승률이 지나치게 높고 임금상승에 비례해야 할 노동생산성 향상은 기대에 못미치는 불균형이 심화,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동부와 한국생산성본부 등에 따르면 87년 6·29선언 이후 임금상승이 급격히 이뤄져 88년부터 95년까지 제조업근로자의 임금이 매년 평균 15% 오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기간중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의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10%안팎에 그쳐 우리나라의 임금상승률은 개도국 중 단연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임금상승이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임금이 오른 만큼 산업경쟁력이 나아질 경우 임금상승률이 높더라도 국내경제는 탄탄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명목임금상승률이 연평균 12.2∼18.8%에 달했던 90∼94년까지 노동생산성증가율은 매년 7.1∼12.0%에 머물렀다. 「고임금, 저생산성구조」가 악화해 온 셈이다. 그 책임은 임금인상을 주도해 온 근로자와 임금상승을 생산성향상으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한 사용자가 공동으로 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근로자들은 노동생산성과 국내경제여력을 뛰어넘는 임금인상을 거듭 요구해 고임금구조를 고착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용자측의 실책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기업들은 대부분 고임금의 문제점만을 설파했을 뿐 고임금의 부작용을 상쇄하고 생산성과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훈련투자와 기술개발은 게을리해 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한해동안 교육훈련비를 많이 지출한 상위 50대 기업(금액기준)의 매출액대비 교육훈련비 비중은 평균 0.4%수준에 불과하다. 이중 매출액대비 교육훈련비 비중이 가장 높은 국내기업은 LG EDS시스템으로 1.44%, 다음으로 (주)대교와 현대정보기술이 각각 1.07%와 1.04%로 교육훈련비가 매출액의 1%를 넘는 기업은 이들 3개업체뿐 이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인 한국IBM은 교육훈련비로 매출액의 2.24%를 지출한 것으로 집계돼 국내기업의 교육훈련투자는 외국기업의 절반수준에도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기술개발투자도 경쟁국기업에 뒤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연구원 정진화 연구위원은 『한번 인상된 임금을 낮추기는 불가능하다』면서 『근로자들은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면서 업무능력향상에 힘쓰고 기업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각종 투자에 나서는 한편 지속적으로 물가안정을 이루는 길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김동영 기자>김동영>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