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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악화」 이대로 둘것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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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악화」 이대로 둘것인가(사설)

입력
1997.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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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며칠째 서울의 하늘이 극심한 겨울 「스모그」로 뿌옇다. 변두리 고지대나 주변의 산에서 내려다보면, 주요건물의 형체만 어렴풋이 보일 뿐. 시내 곳곳이 온통 연무로 뒤덮여 가려져 있다. 이른바 「기온역전현상」 때문이다.이 현상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 밤새 냉각된 지표면의 공기가 상층공기보다 낮기 때문에 일어난다. 게다가 풍속마저 약하고 습도 역시 높아 대기순환이 순조롭지 못한 데서 각종 오염물질이 그대로 뭉쳐 있는 겨울철 특유의 극심한 스모그상태라 할 수 있다. 이 대기오염 물질은 두 말할 필요없이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먼지 등을 말한다.

이처럼 오염이 극심한 공기를 들이마실 경우 탈이 날 것은 당연하다. 두통, 천식, 폐렴 등이 대표적인 질병으로 시내 각병원은 이번 주들어 기침환자가 평소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혀 대기오염이 올겨울 감기와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 주고 있다.

수도 서울의 공기가 세계 최악의 오염대기군에 들어간 것은 94년부터였다. 지금은 아예 멕시코시티, 카이로, 베이징(북경)과 함께 어디서나 인용되고 있는 불명예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모두가 대권이다, 파업이다 하고 머리를 박고 있는 사이 우리의 가장 절실한 문제인 환경이 날로 악화하여 가고 있고 아무도 여기에 유의하지 않는다면 이것처럼 큰 일은 없다.

대기오염은 자동차와 공장, 그리고 가정의 난방 연료에서 나오는 배기가스가 그 주범이다. 자동차의 경우 최근들어 저황연료 전환이나 가스배출 억제를 위한 시책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증가일로를 치닫는 양적 팽창이 이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현재 전국의 자동차 대수가 944만대였던 게 오는 5월이면 1,000만대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총 216만대에 매일 평균 342대가 늘고 있다.

서울의 이번 기온역전 현상에 따라 환경부는 대형건물이나 공장의 집진·흡착시설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이 나면 그때야 부랴부랴 서두르는 모습에 식상한지 오래다. 환경대책이란 시간을 두고 예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땜질식으론 실효를 거둘 수 없다. 더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자동차 대책부터 다시 마련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시민이 마음놓고 숨쉴 수 없는 도시라면 그 이상의 위험한 사태란 없다. 아울러 현재 시내 몇 곳에 전시행정의 상징처럼 세워진 대기오염측정 시설 역시 조건이 가장 나쁜 곳을 기준으로 하는 등 지금의 각종 배기가스 허용기준치들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환경당국은 이제라도 52년의 런던 스모그 사태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이번 서울사태와 같은 겨울 스모그로 4,000여명이 호흡장애, 질식, 만성폐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던 참화의 기록이 무얼 경고하고 있는지를 알아 하루 빨리 종합대책에 나설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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