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임금은 87년 6·29선언 이후 연평균 15%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임금상승은 일정부분 근로자들의 복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고임금은 곧 우리산업의 병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임금이 생산성과 연계되지 않고 대다수 근로자들이 개인적인 생산성과는 관계없이 고임금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모순이다. 때문에 고임금이 국제경쟁력 상실을 유발하고 우리경제를 쇠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고임금구조는 약육강식의 「적자생존 법칙」이 적용되는 개방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제거해야 할 우리경제의 걸림돌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오를대로 오른 임금을 하루아침에 원점으로 돌리기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근로자들의 손실과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실행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임금을 깎기보다는 임금구조 개편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합리적이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일 것이다.
우선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 최근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기업의 37%가 순수하게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연공서열을 배제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는 기업은 13%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들도 임금체계의 상당부분을 연공서열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이 획일적인 임금구조로는 경쟁력확보가 어렵다.
그 대안으로 개인적인 능력과 업무성과를 일정부분 임금에 반영할 수 있는 근로자평가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평가의 방식과 제도운영에 대해서는 노사간에 심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노사간 상호양보를 통해 임금을 생산성과 연계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임금체계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임금은 기본급과 100여종의 각종 수당으로 구성돼 있다. 체계적인 임금관리와 효율적인 노사교섭이 어렵고, 노사교섭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이 과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복잡한 임금체계로 인해 협상대상 항목이 지나치게 많아 노사분규의 불씨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것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를 단순화해 관련비용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은 상당수의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 노사간에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현행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말부터 임금제도와 교섭관행 등의 개선을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지름길로 보고 이에 대한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작업에서 하루아침에 노사가 모두 만족하는 놀랄만한 개선책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실현가능한 문제부터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찾으면 고임금구조를 바로잡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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