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 웃을 일이 뭘까옛날 이야기 한토막. 볏섬을 한꺼번에 몇섬씩 지어나르는 부잣집 장사 며느리가 있었다. 힘이 너무 세어 역적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아 화를 면키 위해 집을 떠났다. 며느리는 발길을 재촉했으나 같이 가는 소는 소걸음이었다. 며느리는 급한 마음에 짐 실은 소를 머리에 이고 내달렸다. 소는 죽을 맛이었다. 그후 「소야, 내가 또 너를 머리에 이랴?」는 며느리의 말을 들을때마다 소는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걸음을 재촉했다는 「이랴」의 어원에 얽힌 일화이다. 경희대 민속학연구소 장장식 연구원은 고려원미디어에서 민담과 설화속에 등장하는 소와 관련된 여러 민속학적 자료들을 한데 모아 「소가 웃을 일이다」는 책을 펴냈다.
「한국인의 심성을 닮은 소」 「옛이야기 속에 살아있는 소」 「민속에 뿌리 박힌 소의 의미」 등 세마당으로 나눠 옛날부터 한 식구처럼 대접받아 생구라고 불리던 소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썼다. 우직함과 여유의 상징인 소는 우리 옛이야기속에도 재미있게 녹아 있다.
송강 정철의 사설시조에도 소는 등장한다. 「재너머 성권농집의 술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쇼 발로박차 언치 노하 지즐타고/ 아이야 네 권농 겨시냐 정좌수 왓다 하여라」. 소를 타고 술추렴하러가는 옛선비의 푼푼하고 여유로운 풍류가 소의 넉넉함과 어울려 한국적 운치를 느끼게 한다.
임금에게 전답을 하사받은 소가 나왔다는 「우답동」을 비롯, 우암리, 우도 등 소에 얽힌 지명도 많다. 또 무속신화인 제주도의 「세경본풀이」, 중국의 「삼국지」부여전에 등장하는 소, 「택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옛문헌에 실린 우화도 실었다. 셋째마당에서는 농경생활을 해온 우리네 전통풍습속에서 소가 차지하는 의미와 가치를 되새김하면서 양주소놀이굿, 우계 등 문화재와 민속놀이, 지방풍습에 남아 있는 소를 짚어보고 있다. 저자는 『때로는 긍정적으로, 때로는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소의 모습을 통해 부조리하고 일그러진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비춰보고 싶었다』고 말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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