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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문학 단죄는 후진적 발상/하응백(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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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문학 단죄는 후진적 발상/하응백(이렇게 생각한다)

입력
1997.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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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4일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작가 장정일씨를 음란문서 제조 및 배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문제의 소설이 노골적인 성애 묘사에 치중하고 있어 문학의 탈을 쓴 포르노물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법정에서 이 소설을 놓고 문학작품이냐 음란물이냐 하는 공방이 벌어지게 됐다.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의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신속하고 민감했다. 간행물 윤리위원회가 이 소설을 음란물로 인정하고 서울 종로구청에 제재를 건의한 것은 지난해 10월31일이었다. 검찰이 사법처리 강행을 표명한 것은 11월2일, 불과 이틀만이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의 상무는 12월30일 법정에서 7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학작품을 사법처리하는데 있어 일정 한계가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상징적 처벌로서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했다. 문학작품을 사법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도 처벌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

이 사건을 지켜본 문인들의 반응은 이 소설이 외설적인 장면이 과다하지만 그렇다고 작가가 사법처리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인 205명이 사법제재 반대 성명서를 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왜 그러한가?

그것은 근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범할 수 있고 나아가 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인 상상력의 공간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은 원칙적으로 사회의 상식과 고정관념에 저항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공간을 만든다. 문학은 규격에 맞추어 찍어낼 수 있는 제조물이 아니라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이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천편일률의 상식에 맞춘 작품은 오히려 문학적인 존재가치가 없다. 36세의 전직 조각가와 18세 여고생의 애정행각을 다룬 장정일씨의 이번 작품은 종족 보존과 노동의 가치에 반기를 들고 삶의 쾌락원칙만을 강조한다. 작가의 이런 생각은 퇴폐적이지만 이를 판단하는 것은 문학 내부의 기능이어야 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정신이나 사상을 다루는 문학은 질적으로 고양되게 마련이다. 독자나 평자는 만약 그 문학작품이 내용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비판할 능력이 있고, 그 비판만으로도 작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건강한 사회라면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장정일씨와 같은 문화의 테러리스트를 한 두 명쯤 갖는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크게 침해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획일적인 법의 잣대로 한 작가의 입을 봉해 버릴 때 입는 피해는 당사자인 작가 한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전반적으로 우리 문화의 다양성에, 나아가 사법당국이 지키려고 애쓰는 우리사회의 건강성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다. 표현의 다양성과 고유 영역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선진적인 문화 풍토가 아쉬운 시점이다.<경희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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