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국토에 유난히 외침이 잦았던 우리의 산하 곳곳에는 성곽이 남아있다. 산세가 험한 산에는 산성이 있고, 낮은 구릉에는 토성이 있고, 지방 도시에는 읍성이 있다. 성곽은 외적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 했던 선인들의 호국의지가 살아 숨쉬는 역사의 현장이다. 우리나라 성곽의 대표적인 형태는 자연의 지세를 이용해 능선을 따라 산허리를 감듯 쌓은 산성이다. 자연과 동화되어 사는 삶을 미덕으로 삼았던 선인들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옛부터 성밟기를 하면 일년 내내 다리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전북 고창의 모양성에서는 부녀자들이 음력 윤달에 돌을 이고 성을 따라 걷는 풍습이 전해져 온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성곽을 밟으며 올 한해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다리힘을 키우고, 역사의 이끼가 낀 성곽을 돌며 돌 하나하나에 깃든 선조들의 얼과 숨결을 확인해 보자.여행이 살아 있는 지식을 배우는 시간이라면 박물관은 가장 좋은 교육의 현장이다. 박물관은 조상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마련한 삶의 기틀을 그대로 간직한 곳. 과거를 통해 현재의 교훈을 얻는 것이 후대의 지혜이다. 조상들의 삶 속에서 오늘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곽과 박물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북한산성과 국립중앙박물관◁
백제 개로왕 때 축조된 북한산성은 위례성의 외곽을 방어하는 산성으로 험준한 산세를 이용하여 축성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영토확장을 위해 삼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당시 주요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삼국시대의 토성은 약간 남아있고, 현재의 성벽은 조선 숙종 때 쌓은 것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외침을 당한 후 대대적인 축성공사를 하여 석성과 14개의 성문 그리고 동서남북 네 곳의 장대, 행궁, 군창 등을 완성했다.
대서문과 성채가 원형대로 남아있고, 대남문, 대성문, 대동문 등을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역사유물의 총람 국립중앙 박물관. 구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국립중앙 박물관은 93년 정식으로 철거가 결정되어 2000년대에 서울 용산 가족공원 안의 새로운 시설로 옮겨지게 된다. 새 건물이 완공되기까지 이전 문화재관리국 건물로 사용되던 옆 건물로 옮겨 전시가 된다. 총 소장품 7,000여 점에 21개의 상설 전시실과 2개의 기획 전시실을 가지고 있다.
개관시간은 동절기는 상오 9∼하오 5시. 하절기는 하오 6시까지. 입장료는 어른 600원. 청소년 250원. 18세 미만과 노인은 무료. (02)738-3800.
▷덕포진과 덕포진 교육박물관◁
덕포진은 조선 헌종 7년 강화에 예속된 진이었다. 진은 포대가 설치된 토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80년 발견돼 개발되었고, 사적 292호로 지정되었다. 덕포진에는 포를 쏘기 위해 불씨를 보관했던 「파수청」터와 고려시대 뱃사공이었던 손돌의 묘가 있으며 야외수련장이 마련돼 있다.
덕포진 옆에 있는 덕포진 교육 박물관은 한 초등학교 교사 부부의 교직 생활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개인 박물관. 나무틀에 모래를 담아 글씨 연습을 하던 사판, 기악대가 사용했던 목금같은 학교 비품, 교과서, 교재 도구 등 4,000여점의 전시물이 있다.
행주대교를 건너 김포, 강화로 가는 길로 가다가 김포를 지나 누산삼거리에서 양곡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양곡을 지나 10분쯤 가면 덕포진으로 가는 팻말이 보인다. 그곳에서 약 5분쯤 더 들어가면 된다. 개관시간은 상오 10시30분부터 일몰 때까지.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휴관일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입장료는 개인 500원(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동일, 단 노인은 반액), 단체 400원(30인 이상). (0341)989―8580.
▷몽촌토성과 백제 몽촌 역사관◁
올림픽 공원 안에 있는 몽촌토성은 목책과 토성 외곽에 하천을 파고 물을 끌어댄 해자의 흔적이 발견되어 백제 초기의 도읍지인 위례성의 궁궐이 있던 곳으로 추정된다. 토성은 해발 30∼40m 가량의 나즈막한 야산들이 이어져 타원형을 이루고 있다. 85년 올림픽 공원 조성시 철제마구류, 갈색 회유, 토기 조각들이 출토되어 철기문화가 보급된 백제 초기의 생활상을 엿보게 한다. 토성 내에 움집터도 보관되어 있다.
백제 몽촌 역사관은 백제 초기의 문화유적, 옛 주거지 고분 등의 모형, 몽촌토성, 석촌 고분, 구의동에서 출토된 유물 등을 볼 수 있는 소규모 전시관으로 몽촌토성과 함께 올림픽 공원 내에 있다.
개관시간은 동절기는 상오 10∼하오 4시. 하절기는 상오 10∼하오 5시. 매주 월요일에 휴관을 하고 입장료는 무료. 지하철 2호선 성내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거리. (02)424―5138.
▷부소산성과 국립부여박물관◁
백제의 마지막을 지켰던 중심 산성인 부소산성은 부여 도성 안에 있는 부소산을 중심으로 테뫼식 산성을 축조하고, 다시 주위를 감싸며 골짜기를 따라 토성을 쌓은 복합식 산성이다. 왕과 귀족들이 백마강과 부소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던 비원의 역할도 담당했던 곳이다. 영일루, 반월루, 고란사, 낙화암, 군창지 등 백제의 한이 깃든 유적이 성안 곳곳에 흩어져 있다.
부여박물관은 백제문화의 계보를 알 수 있는 백제문화의 종합전시장이다. 주요전시품은 토기, 문양전, 와당, 장신구, 금제이식, 마탁, 칠지도 등을 비롯하여 백제시대의 토도, 금석류, 옥석류, 골각, 서화 등 6,000여점. 부소산성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다.
개관시간은 동절기는 상오 9시부터 하오 4시까지. 하절기는 상오 9∼하오 5시. 매주 월요일에 휴관. 입장료는 어른 400원, 청소년 200원, 18세 미만과 노인은 무료. 부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기차로 갈 경우 논산역에서 부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버스를 타면 된다. (0463)33―8562.
▷상당산성과 국립청주박물관◁
신라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가 7년간 쌓았다고 전해지는 상당산성은 상당산 기슭에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던 것을 조선 숙종 때 석성으로 개축한 것이다. 동, 서, 남의 3문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으며, 3문 모두 문루를 갖추고 있다. 산성 내에는 한옥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산성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국립청주박물관이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국보급 문화재를 비롯해 선사시대부터 신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고, 미술품목 등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제 1전시실은 도구 변천실, 제 2전시실은 옹기변천실, 제 3전시실은 미술공예실, 제 4전시실은 기획전시실로 인쇄문화도 살펴볼 수 있다. 고속버스로 갈 경우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된다. 개관시간은 11월에서 2월은 상오 9∼하오 5시. 입장료는 18세 미만은 무료, 19∼24세는 200원을 받는다. 매주 월요일 휴관. (0431)52―0710.
▷공산성과 국립공주박물관◁
고구려의 침공으로 위례성에서 웅진(지금의 공주)으로 도읍을 옮긴 백제는 절박한 상황이라 산 위에 궁궐을 짓고 축성을 하였다. 금강을 끼고 솟은 산 위에 쌓은 공산성은 천연의 요새이다. 원래 토성이었던 것을 조선시대 때 석성으로 다시 쌓은 것으로 백제 멸망 직후 의자왕이 잠시 거처하기도 했고 조선 인조 임금은 「이괄의 난」을 피해 열흘 정도 이곳에 머무르기도 했다.
국립공주박물관은 찬란한 백제문화의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는 곳으로 특히 71년에 발굴된 무령왕릉 출토품 3,000여점이 볼 만하다. 공산성에서는 도보로 15분 거리. 개관시간은 11월에서 2월은 상오 9∼하오 5시. 입장료는 초중고교생은 무료, 일반 300원.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다. (0416)54―2205.<김미경 기자>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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