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렁이 노처녀역 뒤끝없고 솔직한면 저와 닮아 연기 편해”뮤지컬배우 이정화(33)씨가 덜렁이 노처녀로 변신했다. 기녀 애랑이(애랑과 배비장), 열녀 춘향이(성춘향전)와 낙랑공주(그날이 오면), 입이 험한 욕쟁이 할머니(꽃전차)까지 온갖 주역을 도맡아 오다가 닐 사이먼 원작 「사랑에 빠질 때」(서울뮤지컬컴퍼니·29일까지 문화일보홀)에서 작사가 윤정희로 분했다.
10년간 남자친구와 결별과 재결합을 반복하다가 작곡가 한성우(남경읍 분)와 사랑에 빠지면서도 옛 친구를 정리 못하는 인물이다.
『종잡을 수 없이 덜렁대는 윤정희는 사실 이별을 두려워하는 여자죠. 뒤끝 없고 솔직한 면은 저와 비슷해요』 드물게 요조숙녀 역에서 벗어난 코믹연기는 그래서인지 자연스럽다. 과장된 팔자걸음조차 그렇다. 춤추는 걸음은 한껏 발랄하고 노래솜씨는 더 할 나위가 없다.
그가 특히 신경쓴 것은 의상. 주름이 겹겹이 잡힌 치마, 주렁주렁 구슬달린 원피스, 조종복 등 11벌의 의상이 윤정희의 성격을 드러내 준다. 협찬받거나 따로 제작한 옷들로 모두 직접 골랐다. 『평소 입던 옷으로 의상을 준비하는 건 질색이에요. 의상을 제대로 갖추면 연기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지죠』
87년부터 서울예술단에 몸담아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씨는 수석단원으로서 다양한 주역을 소화해냈으며 이번처럼 외부 극단의 작품에도 빠짐없이 기웃거린다.
이 작품에서 성공한 작곡가로 분한 상대역 남경읍씨는 이씨를 뮤지컬로 이끌었다.
85년 남경읍-경주형제가 출연한 뮤지컬 「철부지들」에 학교후배(서울예전 연극과)인 이씨를 발탁, 데뷔시켰고 이씨는 선배들을 따라 서울예술단에 입단했다.
오디션과 연습, 공연으로 한해의 대부분을 보내는 이씨는 『결혼은 안한 게 아니라 아직 못했다』며 『함께 공연을 보러 온 연인들끼리 서로를 다시 한번 바라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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