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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주병/오세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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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주병/오세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1000자 춘추)

입력
1997.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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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빠가 예쁜 딸을 안아들고 뽀뽀를 해주면서, 『아이구, 우리 공주님』할 때 공주병은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산아제한이 광범위하게 강요되던 시절에 태어난 아기들, 산업화로 얻어진 경제적인 풍요로 보릿고개를 어느 동네의 언덕길 쯤으로 생각하는 세대들은 그래서 공주병, 왕자병에 어느 만큼씩 감염이 되어 있다. 위화감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면서 학교교육은 하향평준화 하였고, 부족하고 모자라는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되었다. 모두 착하거나, 장하거나, 똑똑하거나, 예쁘거나…. 하여튼 모두 「제일 잘난 아들, 딸들」뿐이다.이러한 자긍심은 스스로의 능력과 여건이 잘 어우러지면 천재성을 발휘하게 되어 자기분야에서 홀로 우뚝 서는 「공주」와 「왕자」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여건이 협조해 주지 않아서 「공주병」이 되고, 그 어긋나는 정도에 따라서는 개인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삶의 의욕을 빼앗기도 한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서 시작된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불행한 마음」들을 훨씬 많이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공주와 왕자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특징이어서 기회가 주어지면 홀로 황홀하여 독단에 흐르기 쉽고, 쉽게 괘씸해져서 복수심을 갖기도 하고, 주고 받는 대화나 여럿이 협동하는 일에는 약하며,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조그마한 회사의 사장을 더 선호한다. 관객을 의식하는 무대체질에, 조그마한 성공에도 쉽게 도취하여 만족해 하지만, 실패에 대한 저항력은 약해서 믿음직한 어른이 되지 못한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의 95년 1인당 소득은 싱가포르 2만2,500달러, 홍콩 2만1,560달러, 대만 1만1,240달러, 한국 8,700달러이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란 말이 무색하다. 우리는 여기서 넷째일 뿐이다. 결코 서둘러 우쭐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전망도 밝지 않단다.

어느 사이 공주병이 중증이었나. 이런 병은 스스로 깨닫는 것이 치유의 첩경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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