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법원 주변공장 292곳 패쇄명령/국영공장 제외 주민반발로 실효의문공해로 중병을 앓고 있는 타지 마할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인도 대법원은 최근 매연을 내뿜는 타지 마할 주변 공장 292곳에 대해 올해 안으로 문을 닫도록 명령했다. 타지 마할이 있는 아그라시 반경 70㎞ 밖으로 공장을 이전토록 한 것이다. 쿨디프 싱 대법관은 『이는 변경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명령』이라며 우선 아그라시 당국에 4월30일까지 타지 마할 주변 기업들에 대해 석탄과 코크스 공급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타지 마할은 17세기 중반 무굴제국 황제인 샤 자한이 사랑하는 아내를 기리기 위해 지은 대리석 영묘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이 기념물을 『영원의 귀에 대고 하는 속삭임』이라고 찬탄했다.
그러나 타지 마할은 20여년 전부터 주변의 발전소와 정유·주물·피혁공장 등 산업시설과 트럭 기차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신음하기 시작했다.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면서 빛나던 대리석이 누렇게 변했다. 아황산가스가 공기중의 습기와 결합, 황산을 만들어냄으로써 벽돌을 부식시키는 「대리석 암」 현상까지 생겼다. 환경운동가들은 타지 마할 주변의 대기오염이 기준치의 10배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그동안 공해산업을 이전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인도 당국도 지난해 타지 마할 보호를 위해 주변에 나무 10만 그루를 심고 청정연료를 사용키로 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노력들의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큰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법원은 원래 2,054개 공해유발 기업에 대해 이전 여부를 결정키로 했으나 이번 판결은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이전을 명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대규모 국영 정유공장을 이전대상에서 제외, 실효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타지 마할 주변의 공해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주민들의 생계문제와 직결되기 때문. 주변 공해기업을 모두 정리하면 일자리 10만개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노동자와 기업인들은 95년 9월 공장이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 경찰과 충돌, 수백명이 부상했다. 기업가들은 환경운동가들이 공해방지시설을 판매하려는 미국 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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