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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인가,사과인가?(사설)

입력
1997.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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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란 단체가 우리나라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5명에게 「위로금」을 기습적으로 지급한 행위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일본정부의 기만적인 「매수행위」라고 할 것이다. 짙은 배신감마저 느낀다.그것도 25일의 한일정상회담과 이의 사전 조율을 위한 이케다(지전행언) 외무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자행됐다는 점에서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위로금 지급으로 배상을 기정 사실화하려 해도 이같은 수법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 해결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안부문제는 일제 36년동안 한국민족이 입은 치욕적인 상처 가운데 하나다. 이런 점에서 이는 한국과 일본이란 국가간의 문제다. 「평화 국민기금」이란 민간단체가 위안부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상대해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위안부 강제동원이란 일본의 국가적 범죄가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는 지난해 일본정부의 국제법적 책임을 촉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개별보상과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유엔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말해 준다. 일본 스스로도 인정하고 국제적으로도 판정이 끝난 문제를 억지로, 마치 첩보작전을 하듯 비밀리에 민간기금에 의한 위로금 지급을 강행한 일본정부의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총리는 「도덕적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편지를 내고 다른 한쪽으론 이같은 매수행위를 하는 이중적 태도는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낼 뿐이다. 일본정부는 국가배상을 하라는 한국정부의 요구를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이를 강행한데 대한 해명과 사과는 물론 위로금 지급을 즉각 중지하고 국가배상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우익세력이 교과서의 위안부 부문 삭제를 요구해 이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태도가 주목받아 왔다. 일본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것을 악용, 위로금 지급을 강행한 것은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 있다는 산 증거다. 이와같은 자세로는 정상회담을 갖는 의미조차도 의심스러워진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한국정부의 책임도 크다. 평균연령 72세에 생활이 어려운 위안부 피해자들은 돈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사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낙관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고 허둥거리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대일감정은 있어도 정책이 없었던 결과다.

고령에 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생활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국가배상만이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설명해도 설득력이 없다. 이들의 생활안정을 바탕으로 보다 결연한 자세로 일본의 국가배상을 전제로 한 사태해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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