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적 풍자로 권위의 타락 꼬집어/작품 3편 모두 여성이 연출 ‘화제’발랄한 풍자의 작가 이근삼(61)씨의 희곡 3편을 연이어 선보이는 「이근삼희극제」가 11일 경기 포천의 카페극장 「꿈처럼 꿈꾸듯이」에서 막을 올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과 뉴욕대학에서 수학한 이씨는 국내 데뷔작으로 「원고지」를 발표한 뒤 사실주의연극의 틀에서 벗어난 형식으로 60년대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문명 사회제도 지식인 등 권위의 타락을 꼬집으며 우화적 풍자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에 공연되는 작품들에도 일관되게 학자이자 가장인 주인공이 등장해 그 권위의 상실을 토로한다.
개막작품 「거룩한 직업」(2월9일까지)은 15년째 같은 강의공책을 우려먹고 타성의 길을 걷는 학자를 그리고 있다. 극중에서 학자의 집에 침입한 진짜 도둑이 학생들의 돈을 합법적으로 도둑질하는 「거룩한」 학자를 도둑이라고 풍자한다. 「원고지」(2월15일∼3월9일)는 생계유지를 위해 번역의 기계로 전락한 지식인의 질식할듯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으며, 「향교의 손님」(3월15일∼4월13일)에서는 거지를 만난 학자가 거지와 다름없는 신세를 한탄한다.
이러한 남성의 뒤안길을 살펴보는 작업은 3명의 여성 연출가들이 도맡았다. 극단 로얄시어터에서 활동했던 류근혜, 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 김정숙, 76단 출신의 김국희가 각각 「거룩한 직업」 「원고지」 「향교의 손님」을 연출한다. 「이근삼희극제」를 기획한 이천우극장 대표는 『최근 명예퇴직 등 고개 숙인 남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30년 전의 작품들이 다시금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홍성덕 홍은주 등 출연. 화∼토 하오 7시, 일 하오 4시. (0357)542―8394<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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