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Big Bang)」, 대폭발을 뜻하는 이 말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의 비밀을 설명하는 천체물리학용어다. 태초에 한 작은 점이 폭발, 팽창하면서 우주가 생겨났다는 흥미로운 학설이다. 이 빅뱅이 요즘 우리 경제의 최대이슈로 등장했다.경제용어로서 빅뱅은 86년 영국정부가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을 철폐하는 등 혁신적 금융개혁조치를 단행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단숨에 낡은 체제를 쓸어버리고 새 제도를 도입한 폭발성을 빅뱅에 비유한 것이다. 영국이 빅뱅을 통해 국제금융 메카로서의 위치를 회복하는데 성공하자, 지난해부터 일본정부도 금융의 완전자유화를 목표로 한 「일본판 빅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각종 규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일본 금융시스템을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법으로는 개혁할 수 없으므로 혁명을 하듯 일거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구조의 개혁, 그중에서도 정부개입과 비능률로 중병이 든 금융부문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판 빅뱅은 조만간 금융개혁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윤곽이 드러날 것같다. 대통령 임기말과 대선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태도에 대해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각계각층이 지혜를 모아 만들어낸 노동법개정안을 막판에 지나치게 재계입장만 반영해 날치기 통과시킴으로써 지금의 혼란을 자초한 독선이 금융개혁 논의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빅뱅으로 생긴 우주에는 찬란한 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빛을 포함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암흑의 블랙홀도 존재한다. 잘못된 개혁은 창조를 위한 빅뱅이 아니라 파멸로 가는 블랙홀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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