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만 “중립지켜야” 단정적 주장/경선규정 당내영입파 크게 대립/야 단일화 비판일색,가능성엔 이견여야 대선예비주자들(9명)은 한국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대선관련 현안들에 관해 개인적 편차를 드러냈다. 특히 후보구도가 김대중, 김종필 두 총재로 굳어져 있는 야권에 비해 6∼7명의 주자들이 경합을 벌이는 여권이 주요현안들에 대해 훨씬 복잡다기한 반응을 보였다. 여당주자들은 국정우선이라는 명분론 때문에 경선시기를 늦추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으나 김심, 경선규정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DJ, JP도 제3후보론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나타냈으나 공동집권론, 내각제개헌 등에 관해선 시각차를 드러냈다.
▷경선시기◁
경선시기는 현실적으로 국정운영, 권력누수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신한국당 주자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경제난, 남북문제 등 국정현안에 지혜를 모아야하는 만큼 경선시기를 가능하면 늦추자는 입장이 주조를 이뤘다.
이홍구 대표를 비롯, 김윤환 최형우 고문 김덕룡 의원이 7∼8월 내지는 8∼9월이 적정시기라고 답변했다. 이한동 고문은 명확한 시기를 적시하지 않고 『가능하면 늦추자』고 말했다. 이들은 『너무 일찍 경선이 이루어지면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고 경선시기 순연이유를 들었다.
반면 박찬종 고문은 『전략상 야당보다 늦게해야 하나 9∼10월은 너무 늦다』고 말했다. 이회창 고문은 『국정운영을 고려, 균형있게 결정돼야 한다』고만 말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이들은 시기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마냥 늦출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경선규정◁
8개 시도에서 대의원 50명 이상씩 추천을 받도록돼 있는 현행 후보 등록규정에 대해서는 당내인사와 영입인사의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당내파 중 민주계인 최형우 고문과 김덕룡 의원은 『현 당헌·당규가 특정인을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불공정하지 않다』고 개정에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물론 이들이 『모두가 합의하면 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이는 그다지 무게가 실리지 않은 언급이었다.
반면 당내 기반이 취약한 영입인사인 박찬종 고문은 『흠결이 있다』며 개정을 강조했고, 이회창 고문은 『실질경선이 돼야 한다』는 말로 개정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이홍구 대표는 『불합리하다면 합의하에 개정할 수도 있다』고 원칙론을 밝혔다.
당내인사 중에서는 김윤환 고문이 8개 시도에서 각각 50명 이상의 추천을 5개 시도에서 각각 20명 이상으로 대의원 추천요건을 완화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했으며, 이한동 고문도 『합리적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말해 개정론을 밝혔다.
▷김심◁
여당 대권구도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영향력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크다. 대선주자들도 이를 의식하고 있으며, 이른바 김심을 자신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지않은 고심을 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된 질문에 주자들이 시종 신중한 자세로 일관한 데서도 김심의 현실적 위력을 반증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마음을 비운 김윤환 고문만이 『김심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을 뿐, 모든 주자들이 일단 『총재로서 의사표시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찬종 고문은 『김심이 영향력은 크나 민심을 거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대통령이 대중성, 당선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회창 고문도 『총재가 의사표시를 할 수 있으나 경선출마자의 자유의사를 배제하거나 압박해서는 안된다』고 김심의 제한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덕룡 의원은 총재의 의사표시를 당연시하면서도 『최종결정은 당과 대의원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후보 단일화 전망◁
당위론적으로 비판일색이었으나 현실적인 판세에 대해서는 주자들의 이해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다. 이홍구 대표를 비롯, 최형우 고문 김덕룡 의원은 『야권단일화는 과거지향적, 지역할거적, 권력추구적 성격으로 국민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무의미하며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아예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이회창·박찬종 고문은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언급에는 야권단일후보의 파괴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안전한 「승리카드」는 대중성을 갖춘 자신들이라는 논리를 깔고 있었다. 이한동 고문도 야권단일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개혁정책평가◁
현정권의 개혁에 대해서는 모든 주자들이 총론에서 찬성을 보였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덕룡 의원 최형우·이한동 고문은 『개혁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개혁으로 손해를 본 기득권 세력들의 불만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역사적 평가는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홍구 대표와 김윤환·박찬종 고문은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제도적 개혁의 미진함을 지적했다. 이회창 고문도 개혁의 원론에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개혁의 성과가 피부로 느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DJ·JP 인터뷰 분석/“제3후보 안된다”/단일화 낙관·내각제 문제선 시각차
▷공동집권론◁
국민회의 김대중·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한국일보와의 신년인터뷰를 통해 공동집권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들을 드러냈다.
김대중 총재는 『자민련과의 대선공조는 통합이 아닌 「연합」』이라며 『현행헌법하에서도 내각제요소를 살려 공동집권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종필 총재는 『국민회의는 국민회의대로, 자민련은 자민련대로 하는 정권 「연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용어사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현행헌법의 2원집정제적 성격으로 권력을 배분한다는 방향으로 집권방법론이 상당부분 근접해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후보단일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김대중 총재),『반드시 성사후 승리』(김종필 총재)라는 표현으로 성사가능성을 낙관했다. 단 김종필 총재는 『국민회의의 정강정책이 뚜렷하게 내각제로 바뀌어야한다』며 국민회의 당헌개정을 후보단일화의 선행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대해 김대중 총재는 『5월전당대회는 당헌개정에 관한 권한을 당무위원회에 위임할 것』이라는 수준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않았다.
▷내각제개헌◁
개헌시기와 관련, 「16대국회에서 검토」(DJ), 「15대임기 내에」(JP)라는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대중 총재는 『개헌시기는 큰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말했고, 김종필 총재도 『시기적인 괴리가 있지만 상호신뢰속에 조절할 수 있을 것』라고 밝혀 별문제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제3후보론◁
두 김총재 모두 현실론을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대중 총재는 『제3후보는 실체가 없다』는 입장을 취했고, 김종필 총재는 『이번 대선은 3김씨간의 마지막 대결이 될 것』이라며 『제3의 인물을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제3후보론은 DJP연합으로 완전히 소멸된 셈이다.
▷전·노씨 사면문제◁
김대중 총재는 『국민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있으면 관용을 베풀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김종필 총재는『나도 그사람들한테 당한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용서한지 오래』라며 『사법부의 권위에 맡긴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정권 개혁평가◁
김종필 총재의 평가가 더 혹독했다. 그는 『독선적이고 일방적으로 소리만 높여 아무것도 마무리짓지 못했다』면서 『사정문제만해도 세상시끄럽게 해놓고 재판 제대로 받은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 총재는 『군부개입의 여지를 없앤 것은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개혁이 독선·독식으로 변질, TK를 몰아내고 PK를 집어넣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인터뷰를 마치며…/야 후보 소신표출 분명/여 주자 김심 의식 신중
지난 3일부터 시작한 여야 대선예비주자 9명에 대한 신년인터뷰는 대선출발선에 서있는 그들의 정치적 실체를 벗기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할 수 있다.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과 국가경영능력 등 포괄적인 해부는 앞으로 몇차례의 검증절차를 밟아야 하겠지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최소한 몇가지의 공통점과 차별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국민회의 김대중·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평소의 소신과 구상을 여과없이 표출한데 반해 여당의 대선주자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심기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는 듯 매사에 신중한 나머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아 대조적이었다. 특히 30여년이상 정치를 하며 우여곡절을 겪어온 두 김총재는 달변으로 다방면에 걸쳐 박식한 견해를 밝혔고 여당주자들에 대해 인터뷰에 응하는 「노하우」도 한수 위였다.
여당 대선주자 가운데 대중인기가 높은 이회창·박찬종 고문은 비교적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가며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확고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대권무욕론을 견지해오던 이홍구 대표는 이미 대권도전의사를 굳힌 듯 모든 사안에 대해 자신감있게 답변했다. 반면 이한동 최형우 김윤환 고문과 김덕룡 의원은 통치권자의 최종결정을 의식하는 듯 많은 부분에서 분명한 입장을 유보했다. 이한동·김덕룡 의원은 평소 많은 연구가 있었음인지 몇몇 분야에서 탁월한 식견을 보였고, 최형우 고문은 경제수치를 열거하는 등 「경제 과외공부」를 했다는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과는 달리 이회창 고문은 『경선출마자 자유의사를 배제하거나 억압해선 안된다』며 김심의 특정인 지지를 경계했고, 대권구도에서 비켜나있는 김윤환 고문은 경선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대통령의 중립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92년 경선때 YS추대위 총간사로서 YS대세몰이에 앞장섰던 그가 김심의 중립을 주장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당 대선예비주자 가운데 상당수 인사는 경선출마 및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이회창 박찬종 고문과 이홍구 대표 김덕룡 의원 등의 대권도전 의지는 강했다. 이대표가 『미래한국은 온건한 지도자를 요구하고있다』고 주장한 것이나 김의원이 『지역구도를 깰 역사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이들의 적극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일부인사들은 대권도전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특정인과 연대를 구축, 차기정권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듯한 여지도 보여주었다. 이번 신년인터뷰를 통해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4∼5명으로 압축돼가는 듯한 「흐름」을 읽은것은 하나의 소득이라 할 수 있다.<조명구 기자>조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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