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영혼의 치료제’인가/카프카소설 ‘변신’ 재구성/가정·사회서 소외된 남성들/아픔·쓸쓸함 그리고 구원하오 10시가 넘어서야 배우, 스태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날 밤샘 연습을 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밤늦게 다시 시작한 강행군이었다. 난방 꺼진 연습장은 추웠지만 소리지르고 구르는 격렬한 몸짓과 토론으로 실내는 충분히 뜨거웠다.
우리극연구소와 연희단거리패의 젊은 단원들이 공동 참여해 무대에 올리는 「사랑의 힘으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극작가·연출가인 이윤택씨가 우리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고 예술감독을 맡은 작품이다.
『하지만 내가 맡은 역할은 거기까지만이고, 이 연극은 전적으로 젊은 사람들에 의한 젊은 연극이 될 것』이라는 게 이씨의 말. 실제 30대 초반의 한두 사람을 빼놓고는 전 배역진이 우리극연구소의 젊은 수료생들로 채워졌다.
글쓰기로 정치판으로 바깥으로만 내돈 끝에 객사한 가장 대신에 30년 동안 생선장수를 하며 어머니가 키운 아들은 신문기자가 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문필가를 꿈꾸는 아들 K는 그런 어머니에게 염증을 느낄 뿐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어머니의 억압으로 인해 K는 결국 육체가 제멋대로 휘고 꼬이는 「히스테리 궁」이라는 희귀한 정신질환에 걸리고, K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어머니와 세상은 사회적 의무와 역할만을 강요할 뿐이다. 결국 세계로 통하는 내면의 문을 닫아버린 그에게 더 큰 고통을 통해 정화된 애인이 와서 참사랑의 모습을 알려준다.
카프카의 「변신」을 선택한 것은 20세기 서구 산업화 물결 속에서 피폐해져가는 인간 실존의 모습이 우리 상황에도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과 달라진 것도 많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원작의 곤충이 연극에서는 「히스테리 궁」이라는 정신질환으로, 억압의 주체가 아버지에서 어머니로 바뀐 것.
특히 억압 주체를 바꾼 것에 대해 이윤택씨는 『어떤 의미에서 오늘날 보다 강력한 억압을 행사하는 이는 아버지라기보다는 자녀들과 일상적으로 만나는 어머니의 존재』라면서 『가족과 직장으로부터 자기 존재가치를 부정당하고 공격받고 있는 현대 남성들의 소외와 내면의 황폐화, 그리고 사랑을 통한 새로운 구원의 가능성을 그린 「남성연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극의 진행은 그렇게 심각하고 논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극 전체에 현실과 환상, 긴장과 이완, 웃음과 비장함이 골고루 퍼져 있어 연극을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젊은 배우들이 「풀고 당기는」 호흡을 적절히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자칫 지리멸렬해질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음악, 무대까지 젊은 전문예술인들이 가세하여 만드는 모처럼의 젊은 실험극이라 기대해봄 직하다. 김경익 연출, 배미향 외 출연. 17일∼2월23일까지 북촌창우극장. (02)763―1268.<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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