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숙 장편 ‘그늘,깊은 곳’·남국배경 사랑의미 담아/강규 소설 ‘베두윈 찻집’·사막의 남녀… 사랑… 이별한 사람은 「남국의 한 섬」으로 가고, 또 한 사람은 「모래 사막 길」을 간다. 김인숙(34) 강규(33) 두 30대 여성작가가 이런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그늘, 깊은 곳」(문예마당간)과 「베두윈 찻집」(문학동네간)을 각각 냈다.
여행지가 다르고 여행하는 모습도 다르지만 여행의 이야기는 언제나 소설의 원형이다. 현재의 지상이 아닌, 소설 속에서 그 종착지는 자신의 본모습 또는 삶의 비밀스런 의미의 발견일 것이다.
95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인 김씨는 「그늘, 깊은 곳」에서 『삶에 있어서 사랑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상처』라는 자신의 생각을 넘어서는, 「치유의 가능성」을 확인하려 한다. 여주인공 규원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으로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또 다른 여주인공 현영의 죽음, 그 과정에서 교직되는 규원 자신과 현영의 사랑의 상처들, 현지 한국영사관원인 기섭과의 만남에서 다시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규원. 이런 이야기가 김씨의 감수성 짙은 문장으로 펼쳐진다.
스무살의 나이에 여대생 작가로 화려하게 등단했다가 80년대에는 민중문학 계열의 대표적 작가로, 30대 들어서는 소시민을 대변하는 주부작가로 끊임없이 문학세계를 갱신해 온 김씨의 변모가 두드러져 보인다. 압축한다면 삶의 고뇌와 방황을 극복하는 화해-사랑의 추구가 아닐까.
「베두윈 찻집」은 「마당에 봄꽃이 서른번째 피어날 때」로 주목받은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이집트와 이스라엘, 그 사이에 펼쳐진 사막과 바다라는 이국적 배경에서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렸다. 작가는 「세상은 낯설고 불편한 것, 우리는 이 세상에 여행객들」이라는 말을 『젠장, 이 교과서 같은 말들』이라고 타박하면서도 『내 앞의 생을 손에 받쳐 쥐고 그것을 화악, 펼쳐… 뜨거운 사막의 햇볕 아래를 걸어가겠노라』고 다짐한다. 문학평론가 남진우씨는 『베두윈 찻집은 막막한 순례-여행의 도중에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라며 『이 소설은 아름답고 정제된 문체로 우리로 하여금 잠깐이나마 사막 같은 일상에서 풀려나 「이 세상 저편」을 꿈꾸게 한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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