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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가정주부/강이수 상지대 교수·여성학(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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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가정주부/강이수 상지대 교수·여성학(1000자 춘추)

입력
1997.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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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으로 인한 파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새해 설계는 커녕 스산하고 불안한 마음에 뉴스 채널만 돌리고 있는 우리 주부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한 해는 명예퇴직 바람에 혹시 내 남편도 어찌 되는 것은 아닐까 슬금슬금 눈치만 살피다 가자미눈이 되었는데, 이젠 법이 보장해주는 정리해고제가 도입된다니, 마냥 가슴이 콩닥거리며 진정이 되지 않는 것이다.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개정이고 개혁이라는 말에도 귀 기울여 보지만 도대체 선진국 진입이 이렇게 불안정한 것이라면 차라리 가지 말고 멈춰서고 싶은 심정이다. 노동자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 우리나라의 경제 경쟁력이 떨어졌다지만, 솔직히 아이들 좋아하는 갈비 한 번 맘껏 사먹이지 못하고 알뜰하게 살림하는게 우리 주부들이다.

과소비가 경제위기의 주범이라며 보도되었던 1,000만원대의 밍크 코트나 10만원을 호가하는 여자 속옥, 1년에 두 세 차례의 해외여행은 평범한 가정주부의 입장에서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뿐이었다. 그런데 성실하게 직장 생활한 남편과 알뜰하게 살림하며 노력한 자신에게 돌아온 대가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한 취업 현실인 것이다.

직장과 거리의 소란스러움과 다른 차원에서 요즘 우리 주부들에게는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이제 알뜰한 가정주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길모퉁이의 제과점 수익이 어떻느니, 조그만 화장품 가게라도 열어볼까 하는 계획이 나온다. 그러나 당장 목돈이 없으니, 문제 많다는 다단계판매에라도 끼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 적당한 부업능력까지 갖춰야하는 것이다. 내키지 않는 취업계획을 세워보지만 가정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절차도 무시되었다는 이번 노동법 개정 파문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이 없는 민주주의를 21세기의 길목에서 다시 경험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실망스럽다. 선진국 진입은 복지제도의 보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모든 것을 빼앗고 경제논리만을 앞세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노동법 개정은 직장뿐 아니라 가정까지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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