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의 과학기술(남북회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의 과학기술(남북회랑)

입력
1997.01.13 00:00
0 0

북한은 96년말 과학기술 발전이 국가발전의 근간이라는 사설을 꽤 빈번히 쓰고 도별로 청년과학기술대회라는 것을 여는 모습이 더러 보였었다. 특히 청년동맹기관지인 「청년전위」지는 대학생들의 과학탐구를 촉구하는 기사를 많이 실었었다.북한은 지난해말 쿠바와 과학기술협력의정서를 맺기도 했고 동구 몇나라들과도 과학기술협정을 맺었다. 97년의 신년사에 해당하는 공동사설에 보면 『지금이야마로 우리 지식인들이 과학 기술과 지식으로써 조국의 부강발전에 한몫 단단히 해야할 때이다』고 강조해 단편적이긴 하지만 금년에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사를 보면 역사발전은 곧 과학발전의 단면임을 알수 있다. 과학의 발달은 전쟁의 규모를 크게 하고 사상자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린 부의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존엄과 권리가 평등하게 인정되고 증진 된것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직결된 것임을 알수 있다.

방적기술이 영국의 부를 쌓게 해 시민권을 키웠고 독일의 인쇄술은 성서보급의 일반화로 종교개혁을 일으켰다. 의학, 공학, 생물학, 우주학등에 과학기술의 금자탑이 쌓일때 마다 인류의 복리와 번영은 증진됐던 것이다. 지금의 남북경제규모, 인권향유의 차이가 이처럼 벌어져 버린 것도 남한에는 과학기술의 혜택이 쌓여온 반면 북한에는 그런 혜택을 입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도로포장 현장을 보면 완전자동화 장비를 운용해 포장준비물을 실은 자동차를 서서히 운전만 해가면 자갈 모래 콜탈이 저절로 조절돼 나오면서 포장이 완성되고 그 뒤를 포장다지는 불도져가 따라가 마무리를 하는데 북한의 경우는 아직도 삽이나 괭이로 도로를 고르고 끓인 콜탈을 일일히 손으로 퍼붓는 수작업을 하는 것이다. 북한은 전파매체나 인쇄매체의 기술수준이 한국의 50년대 60년대 수준이기 때문에 전달할 정보지식이 있다고해도 쉽게 퍼뜨릴 힘이 없다.

북한에도 알려진 과학자, 알려진 기술혁명의 시대가 있었다. 예를 들면 지난해 2월 사망한 이승기 박사는 60년대 초 독자적으로 비날론을 개발하여 북한의생활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비날론을 이용한 조기생산농법, 비닐을 이용한 건축자재 개발 등 북한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었다.

그러나 북한의 과학기술은 군사기술쪽에만 활동의 여지를 남긴채 학문체계나 경제일반에 있어서는 주체사상이라는 바위에 눌러 숨쉴 틈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남한이라고 해서 과학기술정책이 반드시 잘돼 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을 통해 과학기술연구소(KIST)같은 대규모 연구소가 가동하는 등 강력한 과학진흥책을 쓰다가 경제가 올라가면서 과학기술 정책이 따라오지 못해 결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게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칩으로 돈을 벌여들일때 이 돈으로 기초과학분야와 사회간접자본에 피나는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대신 해외여행이나 외제수입에 달러를 써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했었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북한의 궁핍경제를 회복시키는데는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과학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 북한과 꼭같은 환경을 극복하게 해온 기술이기 때문에 그만큰 유효하고도 적절한 것들이다. 나진 선봉지역에 한국의 원자력건설 팀들이 들어가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조금씩이나마 한국의 경제기술이 북한에 전달되는 기회가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정일화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