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된 권장소비자가격 예전 할인가보다 높아『가격 인하를 했는데 오히려 비싸졌다』
3월께 오픈프라이스(Open Price)제 실시를 앞두고 화장품업체들이 잇따라 권장소비자가격을 인하했으나 정작 소비자들은 『더 비싸졌다』는 반응이다.
지난 연말께 국내 화장품 주력사인 태평양이 일부 브랜드의 권장소비자가격을 10∼50% 가량 인하한데 이어 한국화장품 코리아나화장품 등 화장품 제조업체가 가격을 20∼30% 인하했다. 그러나 실제 판매가격보다 소비자가격을 부풀려서 표시한뒤 대폭 할인해주는 눈가림식 할인구매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인하된 가격이 예전의 할인가보다 오히려 비싼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신촌의 한 화장품전문점에서 예전에는 35%가량 할인해서 1만8,000원(권장소비자가 2만8,000원)에 팔리던 A사 제품이 가격인하조치 이후 권장소비자가격인 2만1,000원에 팔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항의가 있자 일부 화장품 할인전문점에서는 인하가격에 대해서도 할인율을 적용, 기존가격에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화장품 3대 메이커중 하나인 LG생활건강은 실구매가를 오히려 올렸다는 비난때문에 가격인하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LG생활건강은 『차라리 오픈프라이스제를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가격인하가 화장품가격 인상효과를 낳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화장품 유통구조 개선 측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화장품가격 인하조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소비자의 97%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90%는 『가격인하가 유통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소비자들은 또 지금까지 전문점 할인코너를 통해 싼 값에 화장품을 구입하면서도 판매점마다 가격이 달라 92%가 『실제보다 비싸게 산 것』으로, 85%는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왔다고 답했다.
한 화장품회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재고가 쌓이더라도 새로운 화장품 가격표시체제를 정착시켜 가격과 품질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제살깎아먹기식의 가격할인에서 벗어나 화장품의 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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