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재미없어 못가겠다/우등생 아니면 열등생만 양산/우리교육의 구조적 문제 파헤쳐아이들은 학교에 가지만 「교육」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대학에 들어가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겉으로는 「인성 교육」 「전인교육」 운운하는 사회 역시 아이들을 입시 대열에 밀어넣지 못해 안달이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챈 아이들은 사회와 학교, 가정까지도 철저히 불신한다.
교육자들은 아이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라고 권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코드」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조혜정(49·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또하나의 문화간)는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부제 「입시문화의 정치 경제학」이 말해주듯 우등생 아니면 열등생을 만들어내는 우리 교육의 메커니즘과 그 교육의 틀을 짜는 우리의 정치 경제 현실을 드러낸다. 『재미없어 학교에 못가겠다』는 아이들의 실례를 통해 학업 중퇴자를 양산하는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고발한다.
특히 비중 있게 다뤄진 부분은 청소년 문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점. 구체적으로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어른들이 이해하기 쉽다. 『동질성의 복제를 통한 문화 통합보다는 문화의 다양성을 어떻게 조직화하느냐』하는 문제가 바로 조교수의 논의를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삐삐밴드」에 열광하면서 스스로 오빠부대를 자처하는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똑떨어지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법 정도는 알아챌 수 있다.
저자는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시리즈를 통해 교육 바로세우기와 대안문화 만들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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