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전지로 또한번 웅비”/놀라운 성공탓에 유명세 톡톡… 비결은 단순 “확고한 의지”태일정밀 정강환(52) 사장은 재계에서 어느 재벌 총수못지 않은 유명인사다. 아직까지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컴퓨터기기 전문업체지만 세계 정상급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의 행적을 보면 그 유명세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손에 닿는 것은 전부 금으로 만들어 버린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정사장에 대해 『출신배경이 좋기 때문』 『유력정치인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등의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것도 그가 쌓아온 빛나는 이력서때문이다.
창업 14년만에 세계 컴퓨터헤드업계의 정상에 올라서며 태일정밀을 매출액 3,500억원(96년)의 중견기업으로 키워온 정사장의 경영철학은 그러나 의외로 단순하다. 시장잠재력이 큰 업종을 골라 철저히 자체기술을 개발하는 것, 여기에 운영자금을 넉넉히 확보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당연해 보이는 이 세가지 조건을 정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기업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만 확고하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경남고를 거쳐 대학에서 섬유를 전공하고 14년동안 섬유회사에서 일해왔던 그가 83년 몸담았던 분야와는 전혀 딴판인 전자업에 손댄 것도 순전히 「잠재시장이 크다」는 한가지 이유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국내 재벌기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자금력과 기술력 어느 하나에서도 뒤질게 없는 재벌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그만큼 오너의 경영의지가 없어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인이 다 그렇듯이 정사장도 일이 곧 취미이고 생활이다. 아침 6시쯤 일어나 8시에 출근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밤12시까지 삼성동 서울사무소에서 꼬박 하루를 보낸다. 주말에도 바이어접대 등으로 집안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한다. 몇년전부터 골프를 쳐왔지만 워낙 가뭄에 콩나듯 필드에 나가기 때문에 실력은 본인말대로 「골프채로 나무 밑둥 치는」수준이다.
자기저항(MR)헤드로 세계 컴퓨터헤드시장을 석권한 태일정밀은 요즘들어 차세대 전지로 불리는 「리튬이온전지」로 또한번의 웅비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개발에 성공한 리튬이온전지가 올해 하반기면 월 100만개수준의 양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 일본의 몇몇 업체만이 독점해온 차세대 전지시장에도 조만간 일대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태일정밀은 지난해말 또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청주지역 민방사업에서 계열사인 (주)뉴맥스가 사업권을 따낸 것이다. 그러나 정사장은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한다. 또 엉뚱한 오해를 받지 않을까 해서다. 그래서 민방발표직후 한 첫 소감이 『삼세번』이었다. 서초구 케이블TV사업과 수도권 TRS(주파수공용통신)사업자 선정에서 연거푸 물먹은뒤 세번째 얻은 승리라는 뜻이다. 현정부들어서도 출신배경으로 인해 득본게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정사장은 『일본에서 큰 아들(26)이 외환딜러로 일하고 있는데 본인이 원한다면 경영수업을 시킬 생각』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최소한 10년쯤후의 얘기고 아직은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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